한국일보

우리의 이미지를 생각하자

2001-0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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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영<본보 뉴욕지사 주필>

삼성을 창업한 고 이병철 회장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중역들을 데리고 직접 면접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면접에 참가한 사람 중에는 관상 전문가가 포함되어 있어서 시험대상자가 회사에 적합한 인물인가를 판단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사람이 다른 사람에 관해 판단을 할 때 그 사람을 보면서 느끼는 선입관에 좌우될 때가 많다.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못하면서도 첫 인상에 반해버리거나 싫어하기도 하고 관상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호감을 갖는 수도 있다. 춘추전국시대에 사람의 운명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등장한 관상술은 신라시대에 우리나라에 전해졌는데 과학시대인 오늘날까지 상당히 애용되고 있다.

사람을 판단하는 선입관에는 지방색의 비중도 매우 크다. 한국처럼 작은 나라 안에서도 각 도의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대단히 심하다. 고려의 태조 왕건은 자손들에게 유훈으로 남긴 훈요십조에서 차령산맥 이남, 즉 호남 사람을 등용하지 말라고 했다. 아마 그 당시 후백제인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조시대에는 서북인, 즉 평안도 사람들이 심한 차별을 받아 양반들은 서북인과 혼인마저 기피하는 현상을 보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는 많은 인종과 민족이 섞여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인종과 민족에 대해서도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어떤 민족은 좋은 사람들인 반면 어떤 인종은 나쁜 사람들이라는 선입관이 많은 사람의 머리 속에 뿌리박혀 있다. 그래서 개인적인 우열에 관계없이 억울하게 도매금으로 대접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개인의 관상이나 지방인의 특색, 인종과 민족에 대한 선입관은 통계적인 경험에 의한 편견일 뿐 결코 절대적인 진리는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관상으로 사람을 모두 알 수 있고 운명이 결정된다면 교육이나 수양을 통해 사람의 인격이 도야되고 운명이 개척되는 것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지방인의 특성도 한 지방의 역사 환경에서 만들어진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기후 등 자연환경이 좋은 지방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평화적이고 유순한 성질을 가지는 반면 환경이 척박하여 어려운 생활에 시달려 온 사람들은 거칠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경제 사정이 나아지고 환경이 달라지면 사람의 특성도 달라지게 된다. 오늘날 서구인은 세계를 이끌어가는 지도적 민족임을 자타가 인정하고 있지만 2천년 전 로마시대에는 국가도 문명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뒤떨어진 야만민족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이나 민족에 대한 편견은 그 개인이나 민족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변화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어떤 사람의 인상이 환하고 여유롭게 보인다면 관상을 보는 사람은 이런 관상이 귀상이므로 만사가 형통할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실은 그 사람이 건강하고 풍요롭고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있기 때문에 그와같은 인상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러 인종과 민족이 함께 사는 미국에서 어느 한 민족이 법과 도덕을 잘 지키고 열심히 일하고 사회에 큰 기여를 한다면 그 민족에 대한 인상은 틀립없이 귀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민족에 속한 사람들은 그 귀상으로 인한 편견의 덕을 톡톡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뉴욕이나 LA같은 지역의 한인사회는 미국사회의 주목을 받을 만큼 규모가 커졌다. 한인사회의 움직임과 한인들의 생활상이 미국언론에도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만큼 한인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한인들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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