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권문제 연구소

2001-0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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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구임원들이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여 이사장을 비난하는등 내분을 보이고 있는 한국인권문제연구소의 말썽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다.

현이사장 이영작씨는 김대중대통령의 처조카다. 대통령의 인척일수록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작씨는 정관에 정한 임기 1년(1차에 한해 중임가능)을 무시하고 15년동안 이사장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인권문제 연구소’의 간부답지가 않다. 그는 2년전 LA총회때 "대통령이 이 조직을 관리해 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고 말해 사람들을 아연케 만든적이 있다. 단체조직에서 그런 말이 있을수 있는가.

모든 조직에서 임원은 투표로 선출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절차다.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총회에서는 사회를 보고 있는 이이사장에게 "한번 더 하라"고 말하자 이이사장이 이를 받아들여 연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 또한 얼굴 뜨거워지는 회의진행이다. 당시 총회에 참석했던 회원들의 말에 의하면 이이사장은 보디가드 비슷한 사람들을 거느리고 회의장에 입장했다고 하니 이사장으로는 상식이하의 처세다.


군부독재시절 해외에서 민주투쟁해온 인권문제연구소가 과거 독재정권 친정부단체가 보여온 전철을 밟고 있는것을 보고있노라면 "권력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저절로 떠올리게된다.

아프리카의 원숭이중에 유난히 먹는 것을 탐내는 원숭이가 있다. 이들을 잡는방법은 간단하다. 큰 나무통 안에 원숭이 밥을 갖다놓고 원숭이 주먹이 빠지지 않을 정도의 구멍을 만들어 놓기만 하면 된다. 한번 밥통을 잡은 원숭이는 절대 놓지 않기 때문에 누가 다가오고 있는것도 모른다. 주먹을 펴기만하면 손이 빠지는데 그정도의 마음도 비우지 못해 결국 사냥꾼에게 잡히고 만다.

최근 한국인권문제연구소에서 이영작이사장이 보여주고 있는 처세는 아프리카의 원숭이 사냥 이야기를 연상케한다. 이사장 자리를 놓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피해갈수도 있는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

인권문제연구소는 근본적으로 인권을 연구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어느 단체보다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현직대통령의 처조카가 정관을 어기고 간부직을 맡고있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않다고 회원들까지 입을 모으고 있다.

인권문제연구소의 내분은 구회장단과 신임회장단의 싸움으로만 해석할 성질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인권문제연구소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영작이사장이 물러나는 것도 인권문제연구소가 다시 태어나는 방법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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