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욕심내도 소용없고 마음 비워야

2001-02-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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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옥<골프 특기생 엄마>

멋진 경기로 TV화면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볼수 있게 최선을 다해준 한국에 딸들에게 감사한다. 더욱이 그들을 위해 뒤에서 수고하셨을 부모님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그 자리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와 마음 조림이 있었을지 골프를 특기로 하는 아이의 엄마로서 너무도 공감이 간다.

아들의 골프 뒷바라지 13년을 되돌아보면 아무리 마음을 비우려해도 막상 시합에 나가면 좋은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 이겨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실망에 빠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마음을 비워야 하는 운동, 욕심을 부려서 안되는 운동, 뜻대로 되지 않는 운동이 골프다. 그러나 어쩌다 영광의 자리에 서게 되면 마음속의 모든 아픔과 상처는 다 사라지게 되지만 그 좋은 시간은 짧고,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하기에 다시 또 맹렬한 연습과 싸워야 한다.

그래서 주위의 격려와 칭찬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못하더라도 기다려주는 펜들에게 더욱 감사하게 된다.


앞으로는 남자 선수들도 P.G.A에서 뛸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현재 유명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 졸업반 학생들, 졸업생들등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유명선수들이 곳곳에서 열심히들 노력하고 있다.

나도 어느덧 13년을 넘게 뒷바라지 해온 사람으로 나름대로 아이들 도와주고는 있지만 너무도 어려웠을 때가 많았다. 온식구가 하나가 되어서 그 아이를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춘기때 아이를 잘 이해하고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잘 하던 아이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이때 많이 그만두는 것을 보았다.

너무 강요해도 너무 내버려두어도 아니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인격을 존중하여 자기가 누구인지 확실히 인식시키며 공부시키고 운동시켜야 하니 자기의 시간이 있을리 없다. 언제나 자기의 시간이 없다는 아이의 불평을 당기고 밀며 여기까지 오게되었다.

지금 아들은 USC대학 2년에 재학중이다. 공부와 골프를 겸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해보겠다는 아이의 생각을 말리지 못하며 두가지를 병행해 가는 아이가 대견스럽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거의가 방학동안에 시합을 다니기때문에 공부를 같이 하는 어려움이 덜한데 대학에서는 때없이 시합을 하며 하루에 36홀을 걸어서 가방을 메고 시합을 해야하니 체력싸움인것 같다. 시합을 쫓아가서 직접 36홀을 돌아보니 온몸이 안 아픈곳이 없었다. 그런 아이를 점수 못냈다고 탓 할수 없었고 기특하기만 하였다.

그래서인지 아직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한걸음한걸음 프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아이가 자랑스럽다. 오늘도 시합가느라 숙제를 일찌감치 마쳐서 팩스로 보내고 시험공부할 것들을 한가방 싸가지고 떠나는 아이를 보면서 이제는 조바심을 갖지 말고 아이에게 상처주는 말 하지말며 기도와 위로로 같이 한걸음 한걸음 PGA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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