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태홍씨 살인사건 재수사하라

2001-02-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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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참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LA 셰리프는 앤젤레스 포리스트 산속 자기차 트렁크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이태홍씨 사건을 자살로 결론짓고 더 이상의 재수사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셰리프 당국에 따르면 이씨는 산속으로 차를 몰고 가 자신의 차에 불을 지른 후 트렁크로 들어가 똑바로 누운 채 뒷머리에 총을 쏴 자살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씨가 자살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수고스럽게 목숨을 끊었을까 하는 것이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의문이다. 총기로 자살하는 사람은 대부분 이마나 관자놀이를 겨냥해 총을 쏘지 이번 경우처럼 뒤통수에 대고 총을 발사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또 검시 결과 이씨는 머리에 총상을 입고도 한동안 살아 있었던 것으로 돼 있는데 본인이 머리에 총을 쏘고도 즉사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사건 발생 당시 현장 근처에 있던 목격자들에 따르면 수발의 총성이 난 것으로 돼 있는데 자살한 사람이 총을 여러 발 쐈다는 것도 이상하다.

이씨의 가족들은 셰리프 당국을 찾아가 이씨가 사망한 후에도 누군가 그의 개스 카드를 사용했으며 사건발생 당일에도 3,000달러를 갖고 나갔다는등 의문점을 제기했으나 셰리프국은 “수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한 설명도 없이 수사 종결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LAPD고 셰리프고 한인 관련 강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속 시원히 해결한 케이스를 우리는 별로 보지 못했다. 지지부진한 수사 끝에 수년이 지나도록 미제로 남아 있는 사건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 사건은 이씨가 사망한 정황이 기이한데다 이씨가 한국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원식씨의 사위라는 점에서 더 세인의 관심을 모아왔다. 이번처럼 누가 봐도 의문 투성이인 케이스까지 자살로 결론짓고 수사를 포기하는 것을 방관한다면 앞으로 어떤 억울한 피해를 입어도 호소할 길이 없다. 한인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셰리프 당국에 이번 결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공문을 보내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재수사와 진상 규명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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