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처증은 왜 생기는가

2001-02-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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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호원<한미가정연구원장>

의처증으로 인한 아내학대는 남자들의 가장 극적인 형태의 학대이다.

이것은 자기 사랑을 훔친 사람에 대해 복수하겠다는 병리적인 정서의 악순환이다. 특히 자기 아내가 남과 성관계를 가졌을 것이라는 떨쳐버릴 수 없는 의심과 질투심리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의심과 망상에 일단 빠지게 되면 그 망상은 끝없이 부풀어지고 스스로 고통에 휩싸이게 된다.

’의처증’이 원인으로 보이는 휴스턴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의처증이 한인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휴스턴 사건은 아내가 부정했을 것이라는 골똘한 생각에서 저질러진 ‘불치의 병’의 결과이다. 의처증은 극심한 열등감에서부터 시작된다.


의처증은 열등감이 심한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특징중의 하나이다. 그들은 융통성이 없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이해심이 결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사람들은 인격의 여러 범위에서 장애가 일어나며 자기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의도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남의 탓, 환경 탓으로 돌리는 편협증이 있다.

의처증에 의한 아내학대 사례는 임상상담에 쌓여 있는 문제들이다. 얼마나 자주 아니면 심하게 아내를 학대하느냐의 정도문제일 뿐 지금도 가정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사건들이다.

의처증의 동기는 자신이 아내와 성 관계를 가진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뿌리깊은 의심에서 비롯될 뿐만 아니라, 지금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아내가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있을지 모른다는 떨쳐버리지 못하는 생각 속에 쌓이는 분노의 노출이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여자와 정을 나누었던 경험으로 아내를 의심하는 한편 자신보다 성적으로 강한 남성을 아내가 동경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또한 이러한 증상들은 남성들의 ‘자기왜소’ 신드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자기왜소’ 콤플렉스가 깊은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성이 개방되고 육체적, 정신적 교제가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더욱 아내를 의심하고 학대한다.

의처증이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정서나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휴스턴 사건’도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질병의 결과일 것이다.
예방 상담차원에서 여성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선 정서적으로 불안한 남자와는 오래 사귀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폭력성이 있는 배우자를 받아들이지 말며, 배우자에게 언제나 성실성을 보여 주고,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

심한 경우 전문인에게 의뢰해야 한다. 의처증에 시달리는 사람의 결단은 미룰수록 불행을 자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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