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체니, 파월 반목 삐걱대는 부시행정부

2001-02-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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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로렌스 카플란, (뉴리퍼블릭 기고)

그동안 해외문제에 있어서 미국 관료들의 노선은 명확하게 구분돼 왔다. 국무부는 강경 입장을 취해왔고 ‘베트남의 교훈’을 잘 알고있는 국방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레이건시절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장관과 조지 슐츠국무장관의 대립, 그리고 국무장관에 취임한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당시 합참의장이던 콜린 파월을 닥달하던 일등이 그좋은 예다.

조지 W. 부시는 잘 모르고 있겠지만 그의 행정부는 지금까지의 노선과 완전히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파월이 이끄는 국무부팀은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에 신중론을 펴고 있는데 반해 딕 체니의 입김이 강력한 국방부팀은 미국의 ‘적극적 해외개입’을 역설하고 있다. 양측의 반목은 심각하다. 과거 냉전시대 ‘반-공산주의’를 원칙으로 삼았던 체니가 지금은 ‘반-파월주의’를 원칙으로 삼고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체니 자신은 이같은 반목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체니와 파월의 대립은 그 뿌리가 깊다. 체니는 과거 국방장관을 지낸 4년동안 자신을 앞질러 나가려는 합참의장 파월을 주저 앉히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었다.

체니는 자신의 후견인이었던 도널드 럼스펠드를 국방장관에 앉혀놓은 후 백악관과 국방부의 대외정책 결정에 강력한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 콘돌레자 라이스는 파월과 같은 신중론자지만 부시행정부내 비중은 체니에 미치지 못한다.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관심도 없는 부시는 모든 외교문제를 체니에게 일임하고 있다. 체니는 심지어 부통령실 안보담당보좌관이라는 직제를 만들고 라이스가 지휘하는 NSC에 상응하는 조직까지 갖추는등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실질적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다. 반면 라이스의 NSC는 그 기능이 약화됐고 라이스의 각료직급까지 박탈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라이스와 파월은 해외문제 개입에 대한 신중론에 있어서 노선을 같이하지만 두사람이 연합전선을 펴서 체니-럼스펠드에 대항할만큼 유대를 갖고있지는 않다. 파월-라이스는 미국의 해외군사개입이 ‘절실한 경우’ ‘승리의 확신이 있는 경우’에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지지세력을 갖고있지 못한 탓에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파월과 체니의 대립은 국방장관 지명에서도 잘 나타났다. 파월은 처음 국방장관으로 펜실배니어 주지사 탐 릿지를 추천했으나 체니에 의해 비토당했다. 체니가 추천한 폴 월포위츠도 파월의 방해공작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파월도 모르는 사이 체니가 민 럼스펠드가 그 자리에 지명됨으로써 체니가 판정승을 거두었다. 이에 파월은 자신의 친구 리차드 아미티지를 국방부 부장관에 추천했으나 럼스펠드는 이를 거부하고 월포위츠를 선택했다.

럼스펠드는 아직도 팔굽혀펴기를 몇번 한다는 것을 자랑삼고 있고 미국이 세계 최강의 위치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전형적인 매파다. 이란, 이라크, 북한, 중국등의 문제에서 신중론을 펴는 파월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군사력의 고양을 소리높혀 외치고 있다.

부장관 월포위츠는 부시의 외교팀중 가장 머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럼스펠드보다 더 지독한 매파다. 체니의 오른팔이라는 월포위츠의 오른팔 루이스 리비가 체니의 비서실장을 맡고있다는 사실은 체니-럼스펠드-월포위츠 세사람의 끈끈한 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월포위츠는 과거 자신이 국방부 3인자 위치에 있을 때 발생했던 쿠웨이트 사태때 후세인이 백기를 든 다음에도 반군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 후세인정권을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폈으나 이를 파월이 반대함으로써 무산된 탓에 이라크가 아직까지 미국의 골치덩어리로 남아있다고 파월을 공공연히 비난하고 있다. 타이완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월포위츠는 중국문제에 있어서도 강경입장을 취하고 있어 조만간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체니가 이렇게 막강한 진용을 구축하고 있는데 반해 파월은 아무런 지지세력 없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파월을 ‘병사가 없이 전장에 나선 장군’이라고 말하고 있다. 파월은 또 자신은 정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외교는 군인이나 관료가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가 수행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체니의 강경파 진영에도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체니팀에 대한 가장 큰 반발은 현재 국방부내에서 나오고 있다. 해외군사개입과 미사일방위시스템구축등의 문제에 있어서 군부의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편으로 장성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다른 한편으로 파월을 견제하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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