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리와 경기

2001-02-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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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기독교에서는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중죄로 여겼다. 농사를 져 곡물을 생산하거나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아다 파는등 땀을 흘린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버는 것은 괜찮지만 가만히 앉아 똑같은 돈을 되돌려 받으면서 원금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도둑질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었다.

단 예수를 믿지 않아 어차피 지옥에 갈 것이 분명한 유대인들에게만은 금융업이 허용됐었다. 유럽의 금융업을 로스차일드를 위시로 한 유대인들이 주름잡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도 유대인이다. 회교 국가에서는 아직도 율법으로 이자를 금하고 있다. 대신 돈도 물건으로 취급해 빌려 간 기간 동안의 사용료를 받는 것은 허용된다.

이자의 본질이 뭐냐에 관해서는 아직 학자간에 논쟁이 일고 있지만 이를 간단히 설명해주는 속담이 있다. “손안에 든 새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 새 두 마리보다 낫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현이 불확실한 약속보다 손안에 든 현찰을 더 좋아한다. 따라서 미래의 약속을 현찰로 바꾸려는 사람은 당연히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플레가 기승을 부리고 사회가 불안할 때는 금리도 오르고 반대의 경우 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된다. 금리가 높으면 사람들은 소비나 투자를 줄인다. 그만큼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를 낮추면 경제 행위가 활발해진다. 금리정책은 중앙은행이 경기 활성화와 과열 억제를 유도하는데 쓰는 가장 중요한 수단의 하나다.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는 지난 3일에 이어 31일 연방금리를 다시 0.5% 포인트 인하했다. 한달 사이 두차례나 대폭 금리를 내린 것은 근래에 드문 일이다. 현 경제 성장률이 0%에 가깝고 소비자 신뢰지수가 4년래 최저를 기록한 것이 금리 인하 조치의 배경이다. 금리가 1% 포인트 내려갈 때마다 미 기업과 가계는 연 수천억달러의 이자 부담을 덜게 된다. 금리인하가 실질적으로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FRB는 앞으로 경기 둔화를 알리는 지표가 계속 나올 경우 수차례 더 금리를 내릴 전망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금리 인하만으로 불경기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90년 6%에서 95년 0.5%로 금리를 계속 낮췄음에도 일본은 아직 11년째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미국 경제에 금리 인하의 약발이 먹힐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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