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에 우리가 찾아야 할것

2001-01-24 (수)
크게 작게

▶ 서병선<뉴욕예술가곡연구회 회장>

새해가 밝아왔다. 지난해는 우리 한인사회가 슬픈 소식으로 얼룩진 부끄러운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지난달 11월 뉴욕에서는 40대 한인이 14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자기 부인을 칼로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곧이어 LA에서는 12년 동안을 함께 살아온 의붓아버지를 청부살해한 19세 한인소년이 수갑을 찬 채 감옥으로 끌려가는 모습이 크게 보도되어 세상을 경악시켰다.

2년 전에는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40대 한인이 부인과 두 딸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 밖에도 많은 비극들이 속출해 왔다. 말과 언어로 형언하기 어려운 엄청난 비극들이다.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먼 이국땅으로 함께 이민을 와 서로 아끼고 도와가며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가족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여 이러한 비극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을 생각해 본다.


이들 비극은 오직 인간정신의 결여 또는 마비된 상황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감안할 때 문화정신의 부재가 그 원인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문화는 인간정신을 순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우리 육체가 양식없이는 살수 없듯이 우리 정신도 양식없이는 살수 없는 것이다. 정신의 영양인 문화를 외면하고 살때 인간정신은 고갈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문화인식과 문화의 참여도는 지극히 빈곤한 수준에 있다. 더욱 일주일에 6일, 심지어는 7일 일을 하는 이민자들은 자연 문화를 등지고 살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자녀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으니 청소년들의 문제는 뒤따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이 깊어지면 물질의 노예가 되고 진정한 삶의 목적과 뜻은 간 곳이 없고 드디어는 가치관이 무너지고 인간정신이 고갈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두 부부와 두 딸, 온가족 네명이 그 가장의 총탄에 의해 숨진 필라델피아 가택수사에서 100만달러의 거액이 발견된 사실은 그 실제적 입증이 되는 것이다.

지극히 심각한 상황이다. 불과 50년전 물질이 없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인간의 참다운 사랑을 나누고 살던 시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반인륜적인 자멸행위인 것이다. 이 모두가 욕심이 부른 비극이자 문화정신의 부재가 빚어낸 비극이다. 우리 모두가 크게 깨닫고 새로워져야 한다. 변해야 산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우리를 괴롭혀온 물질노예현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삶의 목적과 인생의 고귀한 뜻을 되찾는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