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는 심부름꾼’ 의식 분명해야

2001-01-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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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영<한미정책연구소회장>

공직진출은 이민사회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민정착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임명직이든 선출직이든 직책의 고하간에 그 자리에 앉은 자를 명예로운 자라하여 사람들이 Honorable이라는 호칭을 깍듯이 붙여준다.

따라서 명예심에서 이 자리를 노리는 이들이 많다. 혹은 권력행사나 이권에 흑심을 품고 덤비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적으로 불투명한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조국의 총체적인 부패성을 보라. 사회의 부패는 권부의 부패에서 왔다. 지난 30여 년간의 엄청나게 부패된 군사문화의 후유증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타성에 젖어 있는 정치인들이 많다. 참신한 사고와 자세를 갖춘 정치인들을 찾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과 같은 투명한 사회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직지망생들에가 몇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 공직자는 공복(Public Servant)이다.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자세가 중요하다. 더욱이 이민자인 우리는 평소 유권자의 환심을 남달리 쌓기 위해서 이러한 겸손한 자세가 필수적이다. 시민들은 잘난척하는 콧대 높은 공식자를 싫어한다. 소수계 이민출신이기 때문에 만만하게 여겨 심부름을 많이 시킬 수도 있다. 그것을 다 받아주어야 앞길이 열린다. 이것이 승리의 무기라는 것을 배워야한다.


둘째, 한인사회에 유익을 주어야 한다. 한인사회의 전통과 정체성과 권익을 대변한다는 자부심이 마음속 깊이 자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인사회가 범동포적 차원에서 한인후보자를 돕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인사회의 어떤 이슈를 단체나 미디어가 알고 싶을 때 이미 알려진 공직자를 찾아와 의견을 묻는 경우가 많다. 절대로 불이익을 주는 코멘트는 삼가라는 뜻이다. 이점에서 한인의 정체성과 전통, 또 미국에의 동화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전통사상과 신앙을 유지하고 미국의 법질서를 따르면서 이민생활에 남달리 성공하는 유태민족의 구조적 동화를 모델로 나는 권한다.

셋째, 지도력 계발이다. 지도력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평소에 재능과 슬기를 열어주는 리더십 개발교육을 통해서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사회는 항상 아이디어와 실천력을 가진 소수 엘리트가 대중을 리드하는 것이다. 인종배경 때문에 열등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나 자신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유권자의 60%가 지도력 때문에 투표한다고 하였다.

넷째, 지역발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야 한다. 무엇을 하든 성공의 80%는 사람을 만나는데서 성취된다고 한다. 지도자가 되려면 따르는 지지자가 많을수록 좋다. 한인사회에 들어와서 힘들게 사는 1세들의 정착과정을 도와야 한다. 미국 주류사회에는 자원봉사자가 많기로 세계 제일이다. 남을 위한다는 것은 사회복지를 위하는 점도 있지만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그 이상 좋은 것이 없다. 몇년 동안 그들과 어울려 마음을 나누면 언제가 그들이 큰 인적 자원이 되어준다. 학문, 가문, 지역감정 같은 인맥은 미국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에게 다행한 점이다.

다섯째, 자기희생이 전제되어야한다. 공직자의 머리 속에는 사회적인 공익성으로 가득 차기 마련이다. 가족과 사업이 뒷전으로 밀린다. 이기적인 생각으로 공직자가 된 자는 수명이 짧을 뿐 아니라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의 젊은이들이 공직자지망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1세는 고생스런 인생에서 끈질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무장한 덕분에 미국선거에서 많이 당선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끝으로 우리 한인사회는 차세대 지도자 양성에 힘을 모아야한다. 가정교육에서부터 1세부모가 자식을 큰 인물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있어야한다. 이러한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외치는 연구단체의 활동도 중요하다. 2003년이면 미주 이민 100주년이 되는데 이러한 사상교육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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