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나친 비관은 아직 이르다

2001-01-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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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형<대한증권 부사장>

새해들어 향후 국내경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117개월째 지속된 경기호황국면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이는 필연적으로 경기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더 나아가 경기침체와 불황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12일 빌 클린턴 전대통령은 임기중 마지막 경제보고서에서 “향후 경제는 침체없는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한 반면 새 대통령이 된 조지 W. 부시는 현재의 국내경기 상황을 이미 둔화된 것으로 판단/가정하에 “경기부양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1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일괄 세금감면안을 조기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최고 정책결정 책임자인 두 사람이 같은 경기상황을 이와같이 다르게 보는 주된 이유는 향후 경제가 실제로 둔화되어 악화될 경우 먼 훗날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고자 하려는 의도가 충분히 깔려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경기둔화를 예측하는 부문 가운데 특히 경착륙(Hard-Landing)과 연착륙(Soft-Landing)으로 이는 경기둔화의 속도에 따라 나누어진다. 우리는 고국을 방문할 때나 사업차 여행시 비행기를 자주 이용한다. 비행기가 날기 위하여 활주로에서 최대 가속을 한후 뜨는 것을 이륙(Take-Off)이라 하고, 지상의 활주로에 안착하는 것을 착륙(Landing)이라고 한다. 이륙과 착륙중 어느 것이 어려운가를 조종사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착륙이라고 한다. 랜딩 타이어가 땅에 닿는 순간 뒷편 화장실 부근에 잠자고 있던 할아버지가 “오늘 조종사가 누구야?”하고 큰 소리를 치면 이는 분명 경착륙이고, 비즈니스석에 아버지와 함께 탄 어린아이가 잠에서 깨지도 않을 정도이면 이는 연착륙이다.

지난 3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는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였다. 어느 누구도 시기를 예상하지 못한 조치이며 인하폭도 무려 0.5%였다.

FRB는 인사권과 예산권이 독립된 정부기구로 통화의 공급과 수요를 조절/결정하는 최고 통화정책결정기관이다. FRB가 금리를 급작스레 큰폭으로 인하하였다는 것은 국내경기에서 이상징후군이 여러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월가에서는 오는 30일에 열릴 정기 FRB회의에서 추가적으로 연방금리를 0.25%에서 0.5%까지 인하시킬 것이라는 풍문이 파다하다. 더 나아가 오는 상반기까지 추가로 1.0%를 인하시켜 지난 6차례에 걸친 1.5%의 금리인상을 상쇄시켜 연방금리를 5.0%선에 고정시킨다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공화당 선거공약인 “대대적인 감세안은 유권자와의 약속이다”라고 채천명하였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경기부양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내년 1월에 실시할 예정인 대폭의 감세안을 올해 1월서부터 소급해서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세금삭감정책을 시사하였다.

따라서 우리의 초미의 관심사인 향후 경기를 FRB의 통화정책과 새 행정부의 재정정책을 바탕으로 예측하여 볼 때 지나친 비관은 아직 이르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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