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험없는 준비 안된 대통령

2001-01-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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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데이빗 브로더, 워싱턴 포스트 기고)

부시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부시 내각에서 가장 경험이 부족한 인물이란 점이다. 체니 부통령을 비롯 대부분의 장관급 인사는 워싱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고 외부에서 영입한 주지사 출신 각료도 부시보다 행정 경험이 많다.

물론 이것이 결정적인 핸디캡은 아니다. 레이건도 워싱턴의 정치 문화에 대해 대단치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 민주당의 기를 죽여 놨었다. 그는 또 뛰어난 친화력으로 집권 8년간 국민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부시는 이런 장점이 없다. 부시의 전임자인 클린턴과 카터도 이 점은 비슷하다. 클린턴은 대통령이 되기 전 한번도 워싱턴에서 일한 적은 없었지만 20년간 전국적인 이슈에 깊숙이 간여했다. 그럼에도 그는 처음에 휘청거렸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워싱턴 물정을 파악하는데 3년 걸렸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카터는 “나는 한번도 민주당 대통령을 만나 본 적이 없다”고 오히려 워싱턴 물정을 잘 모른다는 것을 자랑했다. 그 결과 취임하자마자 민주당 의회와 마찰을 일으켰으며 물러날 때까지 이 때 입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


카터, 레이건, 클린턴은 모두 워싱턴을 잘 아는 인물을 부통령 감으로 골랐다. 그러나 이들이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현직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워싱턴은 힘을 존중한다. 가장 강력한 정치인을 물리쳤다는데서 일단 존경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는 이 점에서도 뒤진다. 현직도 아니고 유세도 잘 못하는 상대방에게 지극히 근소한 차로 이겼을 뿐 아니라 의회에서도 여당 의석수가 줄어든 형편이다. 따라서 그가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권위를 인정받는 일이다. 지금까지 그는 주위에 능력있는 사람을 포진함으로써 자신감을 보여줬다. 체니나 파월, 럼스펠드등은 모두 최고의 평판을 지닌 인물들이다. 어떻게 이들을 활용하는 수완을 발휘하느냐가 부시의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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