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해’란 말도 안되는 얘기

2001-01-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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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로라 잉그래험

취임연설에서 부시대통령은 공적 생활에서 정중함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날로 정도가 심해지는 워싱턴 정계의 독설을 부드러운 톤으로 바꿔보겠다던 선거 캠페인 기간중의 그의 목표와 같은 맥락이다. 취임축하 행사들 그 자체가 모두 ‘치유’를 주제로 “우리 모두 같이 잘 지낼수는 없을까”로 고취되어 있었다.

그러나 빌 클린턴이 전국을 순회하며 플로리다 재검표 결과에 따른 민주당의 불만에 불을 지피고, 진보 진영이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존 애시크로프트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가정한다면 민주당측에 고상하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다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것이다.

부시행정부의 ‘점잖게 나가자’접근방식이 먹혀들어 가는가 아닌가에 대한 답을 구하자면 게일 노튼에게 물어보면 된다. 내무장관 지명을 받은 대가로 노튼은 나무 반대, 멸종위기 생물 반대, 깨끗한 물 반대, 무엇이든 푸르고 좋은 것은 다 반대하는 사람이란 오명을 쓰게 되었다.


부시에게 허니문은 없으리란 것을 민주당측은 뼈아프게 분명하게 하고 있다. 클린턴의 단짝 친구이자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이 될 것이 확실한 테리 맥컬리프가 이미 이달 초에 한 말이 있다. 부시는 공화당이 클린턴대통령에게 취임초기 몇달 주었던 딱 그만큼의 유예기간을 가질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보수파 편집장 빌 크리스톨이 제대로 지적했듯이 부시는 야당으로 하여금 호감을 갖게 하는 것보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게 아마도 더 중요할 것이다. 부시는 세금감면 이슈에서 보여주듯이 단호한 입장을 내세워서 정치적 존경을 얻는 것이지, 자기 아버지가 했듯이 초당적 화합이란 이름으로 타협하면서 자세를 굽혀서는 존경을 얻지 못할 것이다.

부시 자신은 우리 시대의 정치적 비열함들을 넘어서야 하겠지만 그의 대리자들은 부시의 신사다운 아버지가 하기 싫어했던 것들을 기꺼이 해야만 한다. 민주당의 위선을 들어 트집을 잡는 것이다. 인종적 치유를 위해서 일하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틈만 나면 소수계보호조치 반대자들을 인종주의자로 몰아세우는 것 같은 행동에 관해 솔직하게 말을 해야한다.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타임스의 고상한 옥스퍼드 졸업생들은 이미 부시에게 말뿐이 아닌, 행동을 통한 ‘진짜 개혁가’가 되라고 압력을 가한다. 존 맥케인의 선거자금법안을 받아들여라! 부자들에게 적용되는 감세안의 규모를 줄여라! 낙태권을 존중하는 대법관을 임명하라!

좋은 계획들이다-민주당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부시가 그렇게 한다면 부시는 온정적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겁에 질린 보수주의자로 기억에 남고 말 것이다. 민주당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공화당내에 리 애트워터 정신이 되살아 나는 것이다. 애트워터는 단호한 미소를 띄고 정치적 싸움을 수행해나갔다.

이제는 미소를 거두고 싸울 때다. 워싱턴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대통령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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