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는 소수계와의 관계 개선하라
2001-01-19 (금)
백악관의 주인이 8년 만에 바뀐다. 20일 취임선서를 하고 공식집무에 들어갈 부시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지금 경제일 것이다. 클린턴 집권기간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리던 미국이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불황에 빠져든다면 가뜩이나 ‘유효표에서 지고 플로리다 수검표를 막아 억지로 된 대통령’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그에 대한 미국민의 기대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인 커뮤니티가 이에 못지 않게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은 소수계에 대한 그의 태도다. 지난 번 선거에서 부시 후보에게 표를 던진 흑인은 9%로 사상 최저다. 부시는 유세기간 동안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을 강조하며 역대 어느 공화당 후보보다 소수계 표 모으기에 정성을 쏟았다.
텍사스 주지사 재직 시절 히스패닉등 소수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으며 당선되면 국무장관과 국가안보 담당 보좌관에 흑인을 임명하겠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그에 대한 흑인 지지도가 이처럼 미미하게 나타났다는 것은 흑인들의 공화당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 주는 것이다.
부시는 조각을 하면서 국무와 교육 장관에 흑인을, 노동과 교통에 아시안을 지명하는등 과거 공화당 대통령보다는 소수계에 대한 큰 관심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많은 소수계가 갖고 있는 공화당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부족하다. 우리는 1992년 4·29폭동이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 재직중 일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아버지 부시가 폭동의 원인은 아니었지만 12년간의 공화당 집권기간 동안 쌓여온 흑인들의 분노가 폭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반면 클린턴 대통령은 온갖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흑인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흑인들과의 관계가 돈독하다. 부시 대통령은 어떻게 전임자가 소수계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흑백갈등이 발생하면 그 사이에서 피해 보는 것은 한인등 중간상인 역할을 하는 마이너리티다. 한인 운영 리커 마켓 고객이 주로 흑인과 히스패닉등 소수계기 때문에 제일 먼저 불똥이 튄다. 부시 대통령은 능력 있는 소수계를 과감히 발탁하고 지난 호황의 덕을 별로 보지 못한 대도시 도심의 소수계 삶의 질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펴 아버지가 겪은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