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경찰관과 한인타운

2001-01-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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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경찰관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사실 한인들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경찰관의 도움을 구해야 할 일이 가끔 있지만 미국인 경찰관이 출동하면 말이 잘 안통하고 긴장되어 불편한 점이 많다. 영어로 피해자의 입장을 설명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인경찰관에게는 우선 자초지종을 충분히 설명할수 있어 좋고 또 한국적인 습관을 이해하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그만큼 적어진다.

그런데 한인경찰관 쪽에서 보면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한인들을 만나면 부담스럽고 거북하다는 것이다. 미국인 경찰관에게는 꼼짝 못하면서 한인경찰관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것을 가지고 떼를 쓰는가 하면 두고보자는등 큰소리로 협박할 때도 있어 기분 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한인경찰관들이 한인타운 근무를 싫어하는 것은 경찰관들 사이에 이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 한인경찰관들은 코리아타운을 기피하는가. 투서 때문이다. 한인타운에 배치받은 한인경찰관 치고 투서 때문에 혼나지 않은 사람이 없고 몇몇 경찰관은 옷벗기 직전까지 간적이 있다. 그런데 그 투서 가운데는 사실보다 근거 없는 것이 더 많아 LA경찰국의 경우 내사과에서 이제는 코리언의 투서라고 하면 고개를 흔들 정도다.


“투서 때문에 경찰관 자신이 받는 정신적 피해는 말도 못합니다. 일단 투서가 접수되면 내사과에서 조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나중에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소문난 혐의가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스타일 구기는 거죠”

“저의 경우는 가정문제에 대해 누가 투서했어요. 내가 평소에 술만 먹으면 아내와 아이들을 때리는 가족학대 경관이라는 겁니다.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지만 진급을 앞두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정말 힘 빠집니다. 같은 한국인끼리 왜 이러나 싶은 것이…”투서 때문에 혼난 한인경찰관들의 이야기다.

사실 미국에서는 경찰관들이 커피 마시러 오거나 리커스토어에서 드링크를 집어들면 주인이 돈을 안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인타운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한인업주들이 제공하는 무료음료수도 꺼려한다. 나중에 엉뚱하게 과장해 투서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수사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인경찰관들은 코리아타운을 극도로 꺼려해 발령이 나면 이의신청을 할 정도다. 어느 한인경찰관들의 하소연이다.

“한인타운에 근무하면 진급도 잘 되고 상관에게도 칭찬받게 된다면 누가 코리아타운을 기피하겠습니까. 서로 근무하려고 경쟁을 벌이죠. 그 반대니까 문제죠. 한인타운에서 근무하고 나면 윗사람에게 의심받는 수가 종종 있고 투서가 몇건 있으면 진급에 지장 있습니다. 그래서 피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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