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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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바라보아야 꿈은 찾아온다

2001-01-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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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동<의사>

본격적으로 열린 21세기를 꿈과 희망이 가득 찬 세기로 만들어야 할 가슴 벅찬 환희와 두려움을 안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다. 시간으로야 1년 365일이 똑같은 의미를 지니지만, 한해가 막 시작된 첫 달의 하루하루는 유달리 새로워서 좋다. 싱그러운 느낌과 함께 이른 아침 동녘 하늘에 떠오르는 햇살처럼 맑고 밝음 때문이리라. 저절로 지지개가 펴지면서, 깊은 심호흡과 함께 마음과 정신이 마냥 새로워진다.

사시사철 봄날 같은 캘리포니아 기후로, 이제는 추억으로만 만나는 고국의 눈부신 새해 아침의 맑고 시린 공기가 그리움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어릴 적 추억 속에 잠긴 정초는 아침 햇살에 온 시야가 눈부시도록 흰눈으로 뒤덮여 반짝이곤 했었다. 맑고 푸른 하늘을 이고 눈이 시릴 만큼 싸늘한 겨울바람이 귓전을 스치면, 으레 햇살이 따스한 양지쪽 뒷마루에 걸터앉아 눈송이가 떨어지는 근처 높다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까치를 바라다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적 추억 속에 나오는 정초는 까치와 더불어 시작되곤 했다.

자연과 함께 살았던 어릴 적 인간 삶이 이제 태고 적 이야기가 되어버린 21세기 현대인의 문명 안에는, 지난 어느 때보다도 ‘꿈’이 그리운 세상이다. 오늘날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 삶의 구조는 돈과 물질과 기술문명으로, 아름다운 인성이 숨막히도록 짓눌려 버렸다.


눈을 뜨면 보이던 것이 맑은 하늘과 산, 꽃과 나비, 뭉게구름과 넓은 산천이었으나 이제는 TV와 컴퓨터 앞에서 바라다 보이는 것이 온통 조그만 활자들뿐이다. 창조주의 작품인 ‘자연’대신, 인간의 작품인 컴퓨터 안에서 살게 된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사색할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 느릿느릿 흐르는 뭉게구름과 먼 산을 바라다보면서 인생과 앞날에 대한 꿈을 꾸며 살던 인간이 순간 순간 바뀌는 화면을 바라다보느라고 이제 더 이상 사색할 틈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사색할 틈이 없으니 자연 ‘꿈’도 부족해 버린 세상이다.

삶은 가난해도 마음만은 항상 뭉게구름 같은 꿈 때문에 넉넉하고 여유 있었는데, 꿈이 부족하다보니 마음마저 여유가 없어져 버린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걸어다니는 대신 자동차와 비행기까지 타고 다니는데도 현대의 삶들은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 불안하기만 하다. 물질은 풍족해졌는데도 마음은 오히려 여유를 잃어버렸으니 진짜는 놓쳐버린 셈이다.

구약성서를 보면 야훼께서 아브라함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아브람아.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사방 동서남북을 바라보라”아브라함이 눈을 들어보니 저 멀리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 보였다.

이처럼 ‘꿈’의 성취는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인간의 모든 희망과 소원도 먼저 바라보는 것으로 생겨난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산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그들이 눈을 들어 앞을 바라다보며 아름다운 인생의 ‘꿈’을 꾸었다는 사실이다. 꿈을 꾸면 목적지가 보이고, 목적지가 보이면 그 곳을 향하여 인생길이 결정된다. 방향만 정해지면 언젠가는 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다가 중도에 포기해 버리면 그것으로 끝나버리지만, 중단만 하지 않으면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언젠가 성공하게 되어 있다.

고개를 들고, 사방 동서남북을 바라다보면 그간 고개를 처박고 집착하며 살던 것들이 너무나 시시해 보인다. 죽을 때 가져갈 수도 없는 것들에 집착한 나머지, 삶의 주변에 깔려 있는 수많은 행복들을 보지 못하고 불안하게 살아온 것이 마냥 아쉬워진다. 얼마전 휴스턴에서 의처증 때문에 주위사람을 죽이고 자살한 사람이 눈앞의 집착을 버리고, 잠깐만이라도 주위의 아름다움들을 바라다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생의 아름다운 꿈은 거저 오지 않는다. 바쁜 틈에도 고개를 들고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삶을 사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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