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101년의 타임 캡슐

2001-01-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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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병렬<교육가>

타임 캡슐은 ‘한 시대의 인간 존재의 증거를 남기기 위하여 그 시대의 갖가지 기록과 산물을 넣어 땅 속에 묻는 용기이다’라고 사전이 말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20분쯤 디트로이트 구 시청에서 데니스 아처 시장에 의해 100년 전에 묻힌 타임 캡슐이 개봉되었다. 개봉된 구리박스 캡슐에 들어있는 소장품들은 2000년 시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비롯하여, 당시의 전화·전보 메시지가 전국을 서비스권역으로 할만큼 통신이 발달하였으며, 교통수단의 발달로 시카고까지 8시간, 뉴욕까지 20시간에 갈수 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고 전한다. 또한 100년 전의 디트로이트의 인구와 주력 산업 등도 소상하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 당시 디트로이트에 포드자동차는 설립 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먼 옛날 이야기이다.

이 캡슐 소장품들은 디트로이트 역사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일은 21세기의 캡슐에 어떤 소장품을 선정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그곳 현존인들의 일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외국신문 신년 특집에 실린 어느 여행사의 광고는 매우 흥미롭다.

『우주 여행 안내 - 각국 스페이스 스테이션에 매 주말 출발후, 우주 스테이션에서 각 도착지를 향해 출발 / 스페이스 셔틀 지구 궤도 1박2일 / 월면 주유 7일간 / 달과 화성 하이라이트 12일간 / 태양계 디럭스 크루즈 30일간 / 태양계 호텔 / 패키지 3박4일 / 베스트 웨스턴 스페이스 포트 $289 / 할리데이 인·문 $385 / 웨스틴 하프 문 $754 / 힐톤·마아즈 $1,045』

위의 광고에서 말하는 호텔 사용료는 투인 베드룸 사용료라고 명시되어 있어 더욱 실감이 난다. 거기에는 ‘반드시 실현될 세기의 특종상품 예고’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분명 오늘의 광고는 아니다. 그렇다고 허망한 꿈도 아닌 것 같다. 우리들은 디트로이트에서 개봉된 타임 캡슐과 여행사의 미래 특종 여행 안내의 중간에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와 오늘이 별로 다르지 않고 내일도 오늘과 비슷하리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과정이란 그렇고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가 일상과정이 깨지면 그때서야 비로소 평범한 하루하루를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어제와 오늘은 별 다름이 없지만, 작년의 어제와 금년의 오늘은 다른 것이 있다. 5년 후 10년 후에는 그 차이점이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역사는 우리들의 축적된 일상과정의 이어짐이다. 간간이 섞이는 특수한 사건들은 대체로 인간들이 창조하는 특산품들이다. 인간의 역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유구한 흐름이다. 면면히 이어지는 역사를 창조하는 주인공은 인간들이다.

타임 캡슐은 인간역사를 간직하였다가 전하는 그릇이고, 여기에는 오늘을 사는 인간들의 생활상이 담기게 된다. 이것들은 당시는 별 것 아닐지 모르나 100년 후에는 쉴새없이 변하고 발달한 모습을 보여준다.

타임 캡슐을 땅에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개봉하여 시대의 흐름을 실감하는 흥분이 새해의 기쁨을 제고한다. 이 기쁨을 2101년의 후대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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