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런 멋진 의사들도 있다

2001-01-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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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온유<다우니>

위장병으로 K보건진료소를 찾아 갔다. 내과의사는 키가 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모습이 꼭 백범 김구선생 같으신 모습이었다. 진지한 면이 듬뿍 담겨진 노인 의사였다.

나의 병의 상태를 물어보고는 심각하고 차분한 어조로 진지하게 설명을 했다. 위장병이란 의사가 고치는 것이 아니고 본인이 고치는 것이라고. 사람도 쉬어야 하듯이 위장도 쉬어야 한다고. 식이요법, 몇가지 규칙, 절제해야 된다는 것을 말했다.

너무나 엄숙하고 차분한 말씀이었다. 돈이 없으면 강한 의지라도 있어야 하고, 자신을 콘트럴 할줄 알아야 하고, 무식하면 상식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교장 선생님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꾸중하는 말 같았다.


나는 숨을 죽이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오면서 의사로서 사명을 다하는 노인의사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길 바랐다.

무료병원인데 저토록 땀 흘리면서 진지하고 간곡하게 긴 시간을 얘기해 줄수 있나 감탄스러웠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가라는 훈시도 내 가슴에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또 한분의 의사도 인상적이다. 같은 병원의 의사로 그는 도산 안창호선생 같은 이미지의 의사였다. 우리 민족, 우리 한국인으로 이렇게도 훌륭하고 멋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유방암, 자궁암 정기검진이 모두 무료이기 때문에 한인도 많이 오고 라틴민족도 오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자가 검진하는 것을 가르치고 환자의 손을 들어 점검하는 규칙을 자세히 가르쳐 준다.

다른 아픈 곳 없느냐고 묻기도 하고 또 질문이 있으면 하라고도 한다. 내가 그때 열로 인해 입술이 터졌는데 무슨 연고인가 약을 발라주고 또 종이에다 약이름 적어 주려고 하니까 간호원이 빨리 빨리 하라고 재촉을 했지만 백발의 노인 의사는 연신 웃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에 흐뭇했다. 진찰 받고, 치료 받고 가는 이의 얼굴이 모두 감사에 젖어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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