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사의 말 한마디

2001-01-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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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베이에는 가정주치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HMO로 가정주치의를 정하려면 선택할 의사가 많지 않다. 회사의 보험이 HMO이므로 C의사를 주치의로 정했다. 그런데 의사의 부인은 진료실 앞에서부터 센 경상도의 억양으로 퉁명스럽게 말을 하고 의사 역시 뭘 물어보면 고자세로 환자의 기를 죽인다.

이것은 병원의 모습이 아니라 법정에 선 죄인의 모습이다. 내돈 들이며 아파서 가면서 환자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마음이 약해서 의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 괜찮다는 그 말한마디에 위안을 얻게 된다.
세월이 가면서 피곤한 업무로 인해 그 옛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잊어버리고 살기 쉽겠지만 가끔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았으면 한다. 은혜스런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하며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준다는 말처럼 의사의 딱딱거리며 귀찮아하는 말 한마디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운 정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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