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음식 영어표기 통일해야 한다

2001-01-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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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맛 못지않게 중요한 식당 경영의 요소가 서비스다. 식당은 허기진 사람에게 단순히 먹을 것을 파는 장소만이 아니다. 말 그대로 서비스업이다. 아무리 음식 맛이 좋아도 서비스 정신이 결여돼 있으면 고객은 외면한다.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바로 서비스 정신이다.

한인 식당과 관련해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고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손님에 대한 배려는 아예 부재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뉴판만 보아도 그렇다. 적지 않은 한인 타운내 식당들은 아예 영어 메뉴판이 없다. 있어도 영어 표기법이 저마다 다르다. 한국 음식의 대명사격인 김치와 불고기의 영어 표기도 들쑥 날쑥이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미국은 다민족 사회다. 다민족 사회에서 비즈니스 성공의 필수 포인트가 시장의 다변화다. 타민족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다른 민족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가 가장 쉬운 업종이 식당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급 성장세에 있는 비즈니스가 관광산업이고 이 관광사업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식당업이기 때문이다.

다민족 사회 미국에서 소수민족계 식당은 문화 공간의 역할도 한다. 고유 음식을 타민족에게 판다는 게 바로 전통 문화를 알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인 식당들은 그러나 이 점을 등한시 해왔다. 한인 고객만 상대하면 되고 외국인 손님은 없어도 그만이라는 안이한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때문인지 극소수 업소를 예외로 하고 대다수 한인 식당들은 폐쇄적, 배타적 경영에 영세 비즈니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왔다. 그 결과 한국 음식에 대한 낮은 인지도는 아직도 극히 낮은 실정이다. 같은 동양계인 중국, 일본은 고사하고 태국, 월남 음식에도 비교가 안될 정도다.

한국 음식을 제대로 소개해 시장의 다변화를 꾀하는 작업은 일차적으로 일선 업소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래야 비즈니스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 음식의 영어 표기법이 체계적으로 통일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음식의 주 재료를 알려주는 메뉴판 제작도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러나 이로 그쳐서는 안된다. 한국 음식은 바로 한국 문화다. 음식을 통해 한국의 문화가 널리 ‘세일’이 되면 그 파급효과는 전체 한인 사회에 돌아온다. 타운 경제의 전반적 활성화가 그 파급효과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한국 고유의 맛’을 알리는 홍보는 일선 식당은 물론 요식업협회, 나아가서는 전체 한인 상공인 단체가 힘을 합쳐 전개해야 하는 전방위성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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