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적 파괴’ 불행한 일

2001-01-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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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베스 노동장관 내정자 사퇴

▶ (USA투데이 사설)

린다 차베스는 9일 노동장관 지명자에서 사퇴함으로써 워싱턴 정치의 잔혹한 십자포화로부터 빠져나왔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살려줬다. 부시는 당쟁 속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게될 우려가 없어졌고 차베스 본인도 정적들이 준비해 놓고있던 포탄을 감내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크게 보자면 차베스의 사퇴는 불행한 일이다. 그녀가 워싱턴을 ‘파괴적 정치’라고 비난하며 사퇴했지만 자신도 그같은 전술을 이용해 정적들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고수할 수도 있었다. 차베스의 정적들은 - 그녀가 자격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의견이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 그녀의 기록에서 흠집을 찾았고 이를 토대로 멋대로 추리를 한 끝에 그녀를 파괴하는데 성공했다. 미디어도 그같은 장난에 놀아나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지도 못한채 차베스 죽이기에 가담한 것이다.

차베스는 사퇴회견에서 자신의 결백을 밝혔다. 차베스는 거의 10년전 과테말라에서 온 불법이민자 마르타 메르카도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었다. 이는 차베스 본인이 명백히 밝혔듯이 그녀가 해왔던 어려운 이민자 돕기의 한 케이스에 지나지 않았다.


차베스는 자신이 ‘정치적 인신파괴’의 희생자라고 밝혔다. 비판자들은 메르카도의 이민신분에 대해서만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이는 전체를 외면한채 부분만을 가지고 트집잡는 것이다. 차베스가 메르카도를 도왔던 전과정을 상세히 검토해본다면 차베스에 대한 비난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같은 사정은 - 아마도 부시팀의 부탁으로 - 발표되지 않았다. 차베스는 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발목이 잡히고 만 것이다.

차베스가 상원인준 청문회에 갔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아마도 전면적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케이스가 불법이민자 고용으로 인해 사퇴했던 클린턴대통령의 첫법무장관 지명자 조이 배어드의 케이스와 같다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제 고위직에 오르려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과거에 대해 확실하게 설명을 할 수 있어야만 된다. 근거없는 비난이 사실을 가리게돼 명예를 손상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얻은 교훈도 있다. 워싱턴의 사악한 관심에 대처하고 이기는 방법은 솔직함과 단호함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사실을 당당히 밝히고 대중에게 공정한 판결을 맡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차베스는 결코 자동으로 자격을 박탈당할 일을 한적이 없다. 자신에 대한 비난에 지나치게 침묵을 지켰다는 것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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