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교회들이 반성할 일

2001-01-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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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영창<전 언론인>

1903년 한국인이 하와이에 발을 디디면서 시작된 한인교회는 새로운 이민자들의 영적안정과 성장은 물론이고 지역이나 세대등 공통분모가 없는 이민생활에서 미주 한인들을 하나로 묶는 공동체 역할을 해오면서 한인사회의 등대요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해왔다.

이에 힘입어 70년대 이후 미주전역에서 1년에 평균 100개씩의 한인교회가 창립, 2000년 말에는 총 4000여개(목회자는 1만명)의 한인교회가 산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주한인들의 75%(개신교 60% 천주교 15%)인 150만명이 일요일이면 한인교회를 찾고있으며 이들이 1년에 교회에 바치는 헌금이 수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소수민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미주한인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단연 ‘기독교 붐’을 들고 있다. 특히 전통문화가 다른 종족이 미국에 이민와서 미국인들보다 더많이 교회에 나가는 종족은 한민족이 유일하다. 한인교회는 가히 미국땅에 기독교 왕국을 건설하고 있는셈이다.


이같은 한인사회의 기독교 붐은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부정적인 면도 드러내고 있다. 1세위주의 한인교회에서 2세들은 점차 등을 돌리고 있으며 개교회위주, 성장일변도, 생활따로 신앙따로, 치병기록 위주등의 특성을 가지고있는 한인교회가 대형화를 추구하면서 교회의 귀족화와 권력화등 병든 모습이 부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교회가 대형화되다 보니 목회자는 목회자로서의 본연의 사명보다는 비대해진 교회조직의 관리, 운영과 이와 관련된 대외문제에 더욱 시간을 쓸 수 밖에 없어 자연스레 한인사회의 크고작은 일에 이들의 참여없이 성사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고 한인사회 단체장 선거에도 이들의 ‘권면과 기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한발더 나가는 것은 한인교회의 부정과 부패다. 얼마전 워싱턴에서 전통있는 한 교회의 목회자와 장로들이 금전부정에 연루돼 큰 소동이 일어난 일이 있고 최근 LA의 남가주 기독교교회 협의회는 30여만달러에 달하는 전임회장의 재정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해 교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에 영향을 받았음인지 지난 9월에는 워싱턴에서 한인교회를 개혁한다는 가치를 내걸고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발족됐는데 이 모임의 가입조건으로 교회재정을 외부 공인회계사들의 감사를 받아야하고 담임목사들의 사례비 책정의 과정을 공개하도록 돼있는 것을 볼 때 한인교회내부의 부패는 평신도들의 상상을 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가지는 한인사회 가용자원의 99%를 독점하고있는 교회가 한인사회의 발전을위해서 얼마만큼의 기여를 하고 있는가이다. 커뮤니티 센터 하나 한국학교 교사 하나없는 대부분의 한인사회에서 교회성전과 다목적 체육관과 깊은 산속의 기도원은 날로 사치스러워지고 있고 교회마다 해외선교 붐이다. 교회예산중 단 1%라도 한인사회를 위해 쓰여지고 있는가.

어떤 종교나 사상이나 윤리도 그 존재의 의는 그것이 소속된 사회와의 관련하에서 추구되어야한다. 소속된 사회를 무시하고는 이념이나 가치관의 존재의의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인교회도 그 기반이랄 수 있는 한인사회와의 관련하에서 그 존재 의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상기와 같은 한인교회의 자가당착적적인 현상은 어디서 유래된것일까. 한인교회가 말씀과 실천중심의 기독교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지 못하고 물량주의, 기복신앙, 반지성주의로 흘러가는 등 한마디로 기독자들의 윤리와 도덕성의 상실때문이다. 권위주의적이고 역사의식없는 목회자와 평신도들의 맹목적 목사 떠받들기가 한인교회의 부정적인 초상을 만들었다고 본다. 이제는 ‘깨어있는’ 평신도들이 한인교회의 내부개혁을 지향하며 교파와 개교회의 벽을 넘은 ‘대각성운동’을 벌여야 할 때이다. 초대교회중 예루살렘형(대형, 부자, 모으는 교회) 교회에서 안디옥형(소형, 가난, 나눔의 교회)교회로 전환하여 기독교의 윤리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인사회와 별개인 한인교회, 한인사회를 무시하는 한인교회는 한인사회의 발전에 짐이되거나 부담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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