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 셰리프 vs. 오클랜드 셰리프

2001-01-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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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우 (스포츠부 차장대우)

"데이먼 딜을 성사시키면 셰리프로 인정해주지(He’s Sheriff, if He Pulls Trigger on Damon Deal)"

지난 7일 LA타임스 스포츠섹션 5면 꼭대기에 전단에 걸쳐 실린 제목이다. 데이먼은 캔사스시티 로열스의 센터필더겸 톱타자 자니 데이먼을 말하고 ‘셰리프’란 LA 다저스 제너럴 매니저(GM) 케빈 말론이 처음 다저스에 왔을때 자신을 ‘타운의 뉴 셰리프(New Sheriff in town)’로 선언(?)했던 것을 빗댄 표현. 즉 이 제목은 데이먼만 다저스로 데려온다면 소원대로 말론을 ‘LA 셰리프’로 인정해 주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말론은 결과적으로 LA 셰리프가 못될 것 같다. 피칭유망주 에릭 간예를 포기할 결심으로 과거의 에이스 라몬 마티네스를 제5선발로 다시 데려오는등 데이먼 영입에 공을 들였건만 난데없이 나타난 오클랜드 A’s에 데이먼을 가로채이고 말았다. A’s는 8일 로열스,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와의 3팀 트레이드를 통해 데이먼을 영입해갔다. 뒤통수를 맞은 말론과 다저스는 ‘닭쫓던 개가 지붕쳐다보는 꼴’이 된 셈. 데이먼만 데려올 수 있었다면 다저스팬들로부터 그간의 ‘죄’을 어느정도 사면받을 수 있었던 말론으로서는 김 새는 일이 아닐수 없다.


이번 오프시즌 트레이드시장에서 최고대어로 꼽히던 데이먼을 낚은 A’s GM이름은 빌리 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스타 GM이다. 자만하지않고 끊임없이 변신을 추구하며 변화의 시기와 필요성을 놓치지 않는 빈의 앞을 내다보는 리더십아래 A’s는 페이롤이 4천만달러로 양키스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재정적 핸디캡에도 불구, 2년전부터 상승세를 거듭,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양키스를 패배일보직전까지 몰고 갈만큼 급부상했다.

전 시애틀 매리너스 숏스탑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스포츠사상 최고액인 2억5,200만달러를 주고 영입한 텍사스 레인저스와 월드시리즈 3연패의 뉴욕 양키스가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우승후보로 빈의 지휘아래 끊임없이 성장중인 A’s를 주목할 정도다.

이번 3각트레이드는 A’s에 데이먼을 데려올만한 미끼가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빈이 데블레이스를 끌어들여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 지난해 AL 서부조 챔피언으로 이미 주목받는 강호로 성장한 A’s는 호타준족의 데이먼 영입으로 이제 충분히 양키스에 도전할 만한 우승후보로서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다저스는 막강한 재정능력과 뛰어난 피칭스탭에도 불구, 올해도 오펜스와 디펜스에서 모두 의문부호를 안은채 시즌에 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말론은 LA에 오자마자 자신을 ‘LA의 새 세리프’라고 선언했다가 웃음거리만 됐지만 빈은 아무런 자기과시없이 조용하게 오클랜드를 휘어잡는 ‘세리프’로서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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