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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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시크로프트를 왜 고집하는가

2001-01-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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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로버트 쉬어,LA타임스 칼럼)

연방상원은 존 애쉬크로프트의 인준을 기각함으로써 조지 W. 부시를 구제해주어야 한다. 애쉬크로프트가 법무장관을 맡는다는 것은 민권과 언론의 자유, 낙태의 권리등에 있어서 수십년 퇴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무장관직은 애쉬크로프트같은 극우사상을 가진 사람이 앉을 자리가 아니다.

부시는 대외적으로 중도파를 표방함으로써 지난번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캠페인 기간에는 중도 표를 얻기위해 우파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는데 이제와서 팻 로벗슨이 가장 신임하던 상원의원을 국내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지명함으로써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애쉬크로프트는 중도라는 말을 끔찍히 싫어한다. 평소에 "길 가운데에는 두가지밖에 없다. 바로 중도파와 죽은 스컹크"라고 공언하고 다녔을 정도다. 그는 상원의정 활동 기간 낙태에서 환경, 문화에서 경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슈에서 팻 로벗슨의 ‘크리스천 연맹’이 원하는대로 100% 표를 던진 기록을 갖고 있다. 그 결과 지난번 선거에서 미주리주 유권자들이 그를 외면한 것이다.


지난번 선거에서 미국민들은 중도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도를 표방하는 두후보 사이에서 결정을 못한 유권자들이 많았던 나머지 사상유례없는 혼란이 빚어졌던 것이다. 국민들은 법무부가 여성이 자기 몸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수 있는 권리와 민권, 총기규제, 약물치료등의 법조항을 성실히 집행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애쉬크로프트는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라도 낙태를 할 수 없도록 헌법을 고치자는 주장을 편 사람이다. 낙태를 살인이라고 믿는 그가 여성의 낙태권리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애쉬크로프트는 또 상원의원으로 있는 동안 클린턴이 사법이나 행정직에 임명한 인사들이 민권운동에 참여한 기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준부결 캠페인을 펼쳤었다. 심지어 신인종분리주의자들의 ‘서던 파티잔’이라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전쟁에서 남군이 승리했어야 한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같은 전력의 애쉬크로프트가 법무장관이 되면 지난번 선거에서 플로리다주 흑인들에 대한 고의적 투표방해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한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그는 동성애자로 알려진 제임스 호멜의 룩셈부르그 대사 인준에도 결사반대했다. 극우단체인 전국총기협회로부터 사랑받는 정치인이다. 상원시절 공화당 강경파인 오린 햇치와 스트롬 서먼드까지도 찬성했던 마약중독자 치료 법안에까지 반대표를 던졌다.

부시가 지난번 선거에서 고어에게 50만표 이상 더 많은 표를 던져주었던 미국 국민들의 민의를 저버리고 극우파인 애쉬크로프트의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하려 한다면 민주당의 연방상원의원들은 이를 기필코 저지해야할 의무가 있다. 같은 상원의원이었다는 동료의식 때문에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 애쉬크로프트가 클린턴이 지명한 공직자들에게 도전의 장갑을 던졌듯이 이번에는 상원 민주당의원들이 애쉬크로프트에게 장갑을 던져줄 차례다.

애쉬크로프트의 지지자들은 그가 법무장관이 되면 자신의 생각과 다른 법조항이라도 충실히 집행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 애쉬크로프트 개인적으로 볼때도 자신이 옳지 않다고 믿는 법을 어거지로 집행해야 하는 고뇌를 떠안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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