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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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부의 영주권

2001-01-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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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부도 영주권이 있어야 되는 건가요? 비즈니스도 아니고 개인가정에서 집안일 도와줄 사람 쓰면서 영주권까지 따져야 된다면 좀 지나친 것 아닌가요?”

부시행정부의 노동장관 지명을 받은 린다 차베즈가 ‘불법이민자 고용’논란에 휩쓸리면서 ‘가정부’이야기가 뉴스에 오르내리자 한인들 사이에서 가정부의 법적신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차베즈의 경우는 90년대 초 불법체류 과테말라 여성을 집에 들이고 가끔 집안일을 돕게 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오갈데 없는 불쌍한 여성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가끔 용돈을 주었는데 그 여성이 고마운 마음에 집안일을 도운 것일뿐이라는게 차베즈의 해명이지만 민주당, 노조등 차베즈 반대진영의 주장은 다르다. 차베스가 “노동문제와 관련해 모범을 보여야할 노동장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난이다.


결국 차베즈가 자진사퇴함으로써 이번 일은 일단락 되었지만 ‘불법이민자 가정부’ 문제는 미국에서 잊을만 하면 한번씩 불거져 나와 쟁쟁한 인물들의 앞길을 막는다. 자넷 리노 법무장관은 알고보면 ‘가정부 스캔들’이 행운으로 작용한 케이스. 93년 클린턴행정부 출범시 첫 법무장관 지명자였던 조이 베어드, 두번째 지명자인 킴바 우드가 줄줄이 ‘불법체류자 고용’걸림돌에 걸려 도중하차하자 세번째로 지명을 받은 것이 리노였다.

그러면 연방법은 가정부의 법적신분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연방법은 고용주가 사람을 채용할 때 노동허가나 영주권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단‘이따금 불규칙적이고 간헐적’으로 일을 돕는 가정부의 경우는 예외다. 한달에 한두번 와서 허드렛일 하는 경우는 예외이지만 매일 출퇴근하거나 입주하는 가정부에 대해서는 영주권 소지여부를 조사하고 고용주로서 소셜시큐리티 세금, 연방세, 주세를 다 부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모두를 지키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 특히 한인사회의 경우 ‘영주권’따지고 세금까지 내야한다면 가정부 고용에 일대 혼란이 일어날 판이다. 많은 맞벌이 부부가 남미계 가정부에게 집안일을 맡기는 데 이들 남미계 가정부 희망자중 영주권 소지자는 20%가 될까말까하기 때문이다. 이민국이 일반 가정집까지 조사할 정도로 인력이 남아도는 것이 아니니 그럭저럭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공직에 있거나 공직진출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잡음 날만한 일은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 1.5세 공직자들 중에는 ‘법대로’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남가주한인사회에서 잘 알려진 K씨의 경우가 대표적. 부부가 전문직에 종사하는 그는 쌍둥이 아들을 돌볼 보모를 구하면서 영주권 확인하고 세금 다 낸 흔치않은 케이스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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