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수세 결집 노린 ‘고육지책’

2001-01-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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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데이빗 브로더·워싱턴 포스트)

부시-체니 정권인수팀과 지난 92년의 클린턴-고어 정권인수팀은 어떤 유사점을 보이고 있을까. 의회 인준과정에서 일부 각료 지명자가 반대에 직면하게 됐다는 점을 빼놓고는 전혀 유사점을 찾을 수 없다.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지명한 각료중 가장 이데올로기성이 강한 인물은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 지명자와 린다 샤베즈 노동장관 지명자다. 부시가 이들을 지명하자마자 자유진보파 이해그룹은 즉각 직격탄을 퍼붓고 나섰다. 또 게일 노튼 내무장관 지명자도 자유진보세력의 공격 대상으로 떠올라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상당한 반대에 봉착 할것으로 보인다.

샤베즈 노동장관 지명자가 8년전 법무장관으로 클린턴이 첫 번째 지명했던 조이 베어드와 마찬가지로 불법체류자고용 문제로 구설수에 오름에 따라 부시 정권인수팀은 과거 클린턴 정권인수팀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새삼 제기되는 질문은 새 정권인수 팀은 전임자 팀의 실수를 교훈으로 삼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부시진영의 정권인수과정 취재차 체니가 이끄는 부시진영 정권인수 본부를 일전에 방문한적이 있었다. 그 방문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8년전 클린턴 진영의 정권인수팀과 너무나 대조가 됐기 때문이다.

클린턴 정권인수 본부의 분위기는 아주 어수선 했었다. 정권인수 사무실을 점거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20대였고 이들의 주관심사는 온통 새 행정부에서 어떤 포스트를 차지하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부시 진영의 정권인수 본부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모든 것이 조직화돼 있고 효과적으로 돌아가 마치 기업같은 분위기였다. 이같이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정권인수 작업을 펴나가고 있는 부시 진영이 전임 클린턴 팀이 저지른 실수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14명의 각료 지명자중 3명은 인준과정에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일사불전을 각오하고 고의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같은 선택을 통해 부시가 노리는 것은 보수세력의 결집이다. 부시가 내심 두려워하는 것은 자유진보세력의 반대가 아니다. 보수세력의 이완이다. 공화당내 보수세력연합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의회 인준과정에서 일전을 각오하고 이들 3인을 각료로 지명 한 것이다. 말하자면 보수세 결집을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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