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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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이 더 없는 사람을 돕는다

2001-01-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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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승쾌<본보 샌프란시스코 편집국장>

한 조사기관이 경제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알아보게한 결과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3%이하로 예측됐다고 한다. 올 4/4분기에 들어서서야 겨우 3.2%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거라는 예상도 같이 내놨다.

경제분석가들은 미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경기는 내년도까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너무나 낙관적이었다고 지적하면서 FRB에서 경기하락세가 생각보다 빨리왔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자율을 인하해야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얘기로 소로스의 경고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헤지 펀드계의 큰 손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세계적인 금융자본가 조지 소로스도 미 경제가 경착륙(하드랜딩: 급격한 경기하강)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 최대의 미국경제가 탄력적이긴 하지만 일정기간 경기둔화-침체-저성장을 의미하는 경착륙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미국은 아주 전형적인 경기둔화의 사이클에 속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미국경기의 흐름을 감지하기는 어렵다고해도 우리 한인사회의 업소들을 상대로 한 경기를 알아보면 그 분위기는 금방 알 수 있다.

한인업소의 대표적인 것들의 하나인 식품점, 선물가게, 여행사들은 지난 연말 대목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연다. 재작년 99년 연말의 같은 기간에 비해 매상이 5~10% 오르긴 했지만 기대했던 20~25% 매출 증가는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경기 하락세가 계속 될거라는 예측에다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이들 업소들은 분석하고 있다.

신문사에도 심심찮게 이런저런 사연과 함께 들어왔던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가뭄에 콩나기 식이다. 으레이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에는 ‘불우이웃돕기’라는 명목으로 성금이 답지했었다.

그동안 미국이 10년 연속 호경기를 누려서였는지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이 ‘불우이웃돕기’ 성금 답지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게 됐다. 옆을 봐도 앞을 봐도 모두가 호황이고 호경기라고 떠들어대니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기가 쉽진 않았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저 몇몇분과 교회의 한 단체에서 “저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는 뜨거운 마음과 함께 전해온 것들이 전부다. 그 중에는 본인의 이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문득 80년대 중반 샌프란시스코 유니온 스퀘어의 메이시 백화점앞에서 자선냄비 자원봉사자 노릇을 한나절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베이지역 언론계 간부들이 한나절이나마 자선냄비 앞에서 딸랑딸랑 종을 흔들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손길을 구하고 있었다.

한가족이 지나가다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지폐 한 두장씩을 쥐어주며 냄비속에 넣고 오라고 이른다. 냄비까지 쪼르륵 달려온 그애들은 막상 냄비앞에 서서 쭈빗 거린다.


냄비속에 지폐를 넣으며 우리와 눈이 마주친 그애들은 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저만치 떨어져 있는 부모에게 얼른 달려간다. 우리와 그애들의 부모와 눈이 마주치고 따뜻한 눈인사가 이뤄졌다.

연말의 분주한 거리는 쉴새없이 사람들이 오간다. 지폐를 넣는 사람, 동전을 넣는 애들…

그많은 사람들중 자선냄비 앞을 지나며 관심을 표시하는 사람들은 호화스런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아니다. 선물꾸러미를 한아름씩 안고가는 사람들도 아니다.

한두장의 지폐를 자선냄비 속에 넣으며 우리와 눈이 마주치면 따뜻하게 웃던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동전이든 지폐든 자선냄비 속에 손을 넣는 사람들은 훈훈하고 아름다웠다.

경기가 하락세를 지속하던 성장세를 타던 성금을 내는 마음은 내가 주고 네가 받은게 아니라 베품의 세계와 고마움의 세계가 만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없는 사람이 더 없는 사람을 돕는다”
뭉텅이 돈을 내는 사람들에 비하면 지폐 몇장과 동전 몇닢이 양으로야 아주 보잘 것 없을지라도 그 마음이 전하는 의미는 어찌 무게로 달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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