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부싸움의 진짜이유

2001-01-06 (토)
크게 작게

▶ 박원철(교통위반자 학교)

어느 사회지도층 교수부부가 직장과 사회단체 그리고 문제 가정들의 화합조정 상담역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그들의 가전제품인 냉장고류의 물품을 살 때 의견대립으로 심각한 국면에 봉착했다. 그 교수의 부인은 프리지데어 제품만 사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 교수는 그것은 비논리적이라고 부정하면서 자제력을 잃고, 해서는 안될 말을 함부로 해 버려 나중에는 사과를 하게 되었다. 아내가 아무런 근거도 없고 순전히 감정적으로 그 제품만을 고집한 것이 그를 화나게 만든 것이다.

그후 어느 날, 우연히 아내 고집의 원인을 파악하는 계기가 생겼다. 그녀의 아버지인, 교수의 장인 되는 분이 그녀가 어릴 때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수입이 충분치 않아, 생활비를 충당키 위해 가전제품 대리점을 열었다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불황이 닥치자 그녀의 부친은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하게 되었지만 그때 프리지데어에서 외상으로 가전제품들을 공급해 준 덕분에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 부녀 사이는 가깝고 다정해서 아버지가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으면, 그녀는 부친의 발을 비벼주고, 노래도 불러 주었다. 그 사이는 정겹게 계속 되었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는 딸에게 사업에 관한 자기의 근심과 걱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자기에게 외상으로 가전제품을 공급해줌으로써 불황을 헤쳐 나가게 해 준 프리지데어에 대한 은혜를 그녀에게 말해 주었다.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자발적으로 그녀가 가진 감정의 근원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녀의 고집은 가전제품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부친에 관한 것이었으며, 부친의 소망에 대한 충성심에서 우러난 것이었다. 그 교수부부는 자신들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부부싸움의 대부분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지만,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지 못해, 피상적이고 하찮은 것만을 탓하기 때문에 상대의 가슴속에 숨겨진 성역을 짓밟는 것이다. 신뢰와 솔직한 내면으로부터의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자세를 바꾸고, 말의 선택을 통해 내면의 비밀을 쏟아내게 된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부모들을 통해 영향을 받았다. 우리 자녀들의 삶도 우리들에 의해 영향 받고 삶을 관리하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