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이민물결 미국사회 성장의 주춧돌

2001-01-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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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 신경제, 새해, 그리고 새로운 세기다. 이 ‘새’라는 접두어는 변화를 가리킨다. 연방 센서스국도 새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0년 센서스 결과로 20세기 100년동안 미국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 왔다는 사실을 이 보고서는 알려주고 있다. 이민러시가 계속 이어졌다. 미국의 인종별 인구 구성비가 달라졌다. 동부에서 서부로 미국의 중심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등등. 수치로 표현되고 있는 이 변화들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회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사회라는 사실을 새삼 증명하고 있다.


지난 100년동안 일어 온 변화중 가장 큰 변화는 미국인의 수명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1900년에 한 아기가 태어났다. 이 어린이의 기대 평균 수명은 얼마였을까. 50세였다. 한 세기가 지나서 같은 질문을 해보자. 그 대답은 76세다. 더 주목할 사실은 60세이상 연령층의 기대 평균 수명은 최근들어 급격 높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20세기 전반부 50년을 통틀어 60세 이상 연령층의 기대 수명은 고작 2년이 늘었을 뿐이다. 20세기 후반부, 특히 1975년이후 노년층의 기대 수명은 급격히 늘었다. 일단 60세까지 생존했을 때 기대되는 평균 수명은 82세로 높아진 것이다. 미국인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나타난 변화는 전반적인 노령화 현상이다. 미국인중 10대를 포함한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한 세기전과 비교해 현격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900년 현재 전체 인구중 44%를 차지하던 어린이 인구는 2000년에는 29%로 줄어들었다.

요즘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사상 최장의 호황기를 이룩케 한 신경제의 뿌리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레이건시대다, 클린턴시대다, 논쟁은 끊임이 없다. 아마도 1946년이 신경제 시대의 원년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가능할 것 같다. 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세기동안 미국인은 계속 부유해지고 있고 특히 20세기 후반에 들어 미국경제는 줄곧 성장곡선만 보여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가 뒷걸음질 쳐 국민총생산(GNP)이 연간 3%이상 줄어든 때는 20세기 전반부, 정확히 말해 1946년 이전에만 10번을 기록했다. 이후 미국경제는 때로 불황기를 맞았으나 20세기 전반부에서와 같은 대폭적인 후퇴기는 없었다. 말하자면 미국경제는 큰 흐름으로 볼 때 지속적 호황세를 보여온 셈이다.


미국 경제가 이같이 끈임없는 성장세를 보인 이면에서 일어 온 중요 변화는 여성의 눈부신 직업시장 진출이다. 한 세기전만 해도 직업여성은 신기한 존재였다. 1900년 센서스에 따르면 직업 여성은 6%에 불과 했었다. 오늘날에는 6세이하 자녀를 가진 여성중 64%가 직장을 가지고 있다. 여성 의사, 여성 변호사도 100년전에는 희귀종에 가까웠다. 전체 변호사중 여성의 비율은 6%, 의사의 경우는 1%에 불과했었기 때문. 오늘날에는 여자 변호사는 29%, 의사는 26%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서부를 향해 끊임없이 이동하는 현상은 지난 한세기에도 변함이 없었다. 1900년 캘리포니아 인구는 150여만으로 집계됐다. 2000년 현재에는 3,390여만으로 집계돼 20배 이상 증가율을 보였다. 서부지역 인구는 1900년만 해도 전체 미인구의 5%에 불과 했다. 50년이 지난 1950년에는 14%, 2000년에는 미국인의 22%가 서부지역 주민이다. 이 수치는 동북부 지역은 물론 중서부지역 인구보다도 많다. 단지 남부지역에만 못미칠 뿐이다. 텍사스를 서부로 치느냐, 남부로 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서부로 치면 서부인구는 미국내에서 최대가 된다. 종전의 구분법 대로 텍사스를 남부로 분류할 때 남부는 미국내 최대 인구를 포용한 지역으로 미전체 인구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괄목할 변화는 남부지역의 경제성장이다. 1900년 남부지역 주민의 중간소득은 미전국 평균의 절반정도였다. 2000년에는 미전국 평균의 90%선에 육박했다. 민권법이 이같은 변화를 가져온 주 이유다. 흑인등 소수계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면서 소득도 크게 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에어컨’의 보급이다. 남부 및 남서부 지역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오늘날 90%선에 이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보다 능률적인 작업환경이 보장됐다는 것으로 에어컨의 발명은 더운지방의 경제발전에 필수불가결적 요소임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인구의 대 이동과 함께 미국내 대도시 랭킹에도 변화가 생겼다. 1900년 인구가 가장 밀집된 지역은 중서부지역이었다. 서부 및 남부 이동과 함께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 10대 도시에 랭크됐던 중서부지역 도시들은 서부, 남부지역에서 새로 거대한 도시가 형성되면서 랭킹에서 밀려난 것이다. 1900년에서 2000년까지 한 세기간 계속해 10대 도시의 랭킹에 들어가 있는 도시는 뉴욕, 시카고 그리고 필라델피아등 3개도시 뿐이다. LA, 휴스턴, 샌디에고, 피닉스등 선벨트지역의 도시들이 급팽창하면서 10대도시의 랭킹에도 변화가 생겨 1950년까지만 해도 10대도시에 나란히 들어 있던 센트루이스, 보스턴, 클리브랜드등 도시들은 중소도시로 내려 앉게 된 것이다.

2000년 센서스 결과는 한마디로 미국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려주고 있다. 미국인구는 지난 한 세기간 4배나 늘었다. 그 결과 미국의 인구는 서구의 주요나라, 즉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등 4개국 인구를 모두 합친 숫자를 능가 하게됐다. 1900년 유럽 4개국 인구의 총합계는 미 국인구의 두배에 이르렀었다. 2000년 현재 모두 2억8,140여만으로 집계된 미국인구는 2050년을 전후해서 또 다시 두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은 또 다른 엄청난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아시아계등 오늘날 소수계로 불리는 비백인계 인구가 다수를 차지, 정치, 문화, 경제등 미국 사회는 전 분야에 걸쳐 대 변혁기를 맞게 된다는 전망이다.

"20세기는 이민의 세기다" 대전쟁의 시기였던 지난 세기는 전 지구적으로 민족의 대이동을 경험한 세기다. 가장 많은 난민이, 또 이민이 몰려든 나라는 그러나 단연 미국이다. 센서스 조사는 20세기는 그야말로 이민의 세기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1880년 미국의 인구는 5,000여만으로 집계된다. 이 1880년을 기점으로 1925년에 이르는 기간에 미국은 모두 2,500만의 합법적 이민을 받아드렸다. 또 다시 이미 러시가 시작된 때는 1965년 이후다. 이때부터 2000년까지 미국으로 몰린 합법 이민인구 역시 2,500여만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비합법, 다시 말해 비자 변경등 편법 또는 불법 입국등을 통해 미국에 주저 앉은 사람까지 합치면 이 기간동안 통해 미국에 들어온 이민은 거의 두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 현재 미국인중 외국태생이 10명중 한명이라는 통계가 이를 입증하고 있는 것으로 미인구의 14%가 외국태생이었던 1900년 이후 가장 높은 1세 이민의 비율이다.

이민러시는 동시에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도 불러온다. 20세기 전반기 이같은 편견에 시달린 사람들은 이태리인, 유대인, 폴란드인등이었다. 동구 및 남유럽계인 이들은 당시 이민러시의 주류를 형성한 민족들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이들에 대한 편견은 거의 사라졌다. 그 대신 새로운 이민그룹, 즉 한국인, 아이티인, 멕시코인등에 대한 편견이 미국사회에 만연해 있다. 이같은 편견은 언제 사라질까. 참고 기다리다보면 사라진다는 대답밖에 할 수 없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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