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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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국 횡포 좌시해서는 안된다

2001-01-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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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한국의 여고생이 위조여권과 비자를 갖고 있다는 누명을 쓰고 장시간의 감금 끝에 치욕적 몸수색까지 당하고 추방됐다. 한국인 사업가가 사기범으로 몰려 형무소에 수일동안 갇혀 있다가 뒤늦게 풀려나기도 했다. LA국제공항에서 일어난 날벼락 같은 일이다. 아무 하자가 없는 대한민국 여권에, 미국정부가 발급한 미입국 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오던 한인들이 미이민국(INS)의 부당한 입국심사 결과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무고한 사람을 여권 위조범으로 마구 몰고, 엉뚱한 사기범 누명을 씌어 제멋대로 인신을 구금하고도 INS는 피해 한인들에게 공식적 사과 조차 없다.

이민국의 이같은 부당한 처사는 두가지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인 관련 이민사기가 날로 급증, 그 결과 적지않은 한인이 요시찰 인물 리스트에 오르는 등 INS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고 그런 와중에 불법입국 단속을 하다가 무고한 한인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식으로 일단 볼수 있다. 말하자면 단속을 하다보면 실수도 있는 법이니 대수롭게 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이번 사태는 그러나 그렇게 관대히 보아 넘길 성격의 사건이 아닌 것같다. 흑인계등 일부 소수계를 타겟으로 자행되는 이른바 ‘색깔단속’을 INS가 한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백번을 양보해 다소간의 과잉단속이 빚은 비고의성 실수라고 치자. 그 경우면 실수에 대한 당연한 사과가 있어야 하는데 사과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이번 사태는 아무래도 한인을 얕보고 자행한 공권력의 횡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인 커뮤니티는 주류 사회의 횡포에, 또 공권력의 횡포에 일종의 무감각 증세를 보여 왔다. 한인을 모멸하는 미주류 언론의 편향 보도에 침묵을 지키기가 예사였다. 경찰의 가혹행위 에도 수동적인 항의가 고작이었다. 또 인종폭동후 한인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문제를 외면하는 당국의 횡포에도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INS의 잇단 한인인권유린 사태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강력히 항의 의사를 전달, 이민국으로터 진상조사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그러나 이로 그쳐서는 안된다고 본다. 한인 인권유린 사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저항의 목소리를 한인 커뮤니티는 하나가 되어 내야한다. 다민족 사회 미국은 각 커뮤니티가 제 목소리를 내야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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