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전제시할 두뇌집단 필요

2001-01-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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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욱(UCLA 사회학과 교수)

2001년 새해전망을 두가지 측면에서 보고자 한다. 첫째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칠 가능성이 크다. 비록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3일 금리인하 조치를 취했다고는 하지만 불경기의 도래를 막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 코리아타운 경제는 미국경제 뿐 아니라 한국경제로부터도 영향을 받고 있는데 미국보다는 한국경제가 더 안 좋을 것 같다. 이에따라 올해 코리아타운 경기는 미국경기보다도 더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몇차례 한국방문을 통해 직접 피부로 느낀 내개인적 견해는 한국상황이 보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지금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와 대북문제까지 얽혀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7월 한국에 나갔을 때 여권과 정부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생각을 피력했으나 그당시만해도 "걱정할 것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0월에 다시 나갔을 때는 분위기가 확바뀌어 있었다.

과거 YS정권은 3년반만에 무너졌지만 DJ정권은 2년반만에 무너졌다. 개인적으로 김대중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현실은 실망스럽기 짝이없다.


다음으로 통일문제를 들수 있다. 지난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재검표사태만 없었다고 해도 클린턴대통령의 북한방문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됐다면 남북한 통일문제에도 상당한 진척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텐데 무산되고 말아서 아쉽다.

미국정치체제가 대통령 한사람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닌만큼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해도 대북한 외교방향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재검토는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보고 있다. 신임대통령이 당분간 외교문제에 있어서 중동사태에 최우선 순위를 둘수밖에 없는만큼 미국과 북한관계는 소강국면에 접어들 것이 틀림없다. 이같은 상황에 처해서도 우리 미주한인사회는 아무런 힘이 없다. 미국의 중동정책수립에 미국내 유태커뮤니티가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비해 미국의 한반도정책 수립에는 우리 한인사회가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미주한인사회에 바라고 싶은바를 한마디 말하자면 미국의 한반도정책 수립에 도움을주고 영향력을 미칠수 있는 새로운 단체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미주한인사회에 단체들은 많다. 봉제협회,세탁협회,식품상협회등 직업별 모임과 동문회,향우회등 친목모임등 숱한 단체들이 있다.

그러나 미주한인사회에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Think Tank’는 없다. 학자와 언론인 등 두뇌집단을 망라하여 미주한인사회의 발전과 미국 및 한국 양국정부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이같은 단체의 설립은 조직과 자금조달면에서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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