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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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USA

2001-01-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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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녀오려고 여행준비하던 P씨는 서울사는 친척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국에 올 때 미제 테니스라켓 하나만 사가지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어려운 부탁인줄 알지만 한국에서 미제 라켓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염치불구하고 말하는 것이라는 변명까지 곁들였다. P씨는 "그런정도 가지고 뭘 미안해 하느냐. 전혀 어렵지 않으니 걱정말라"고 호기있게 대답한후 운동구점으로 라켓을 사러 나갔다. 서울친척이 부탁한 라켓은 브랜드네임이 미제 ‘HEAD’였다. 그런데 P씨는 미국 운동구점에서 미제 ‘HEAD’는 물론이고 다른 이름의 미국제품 테니스 라켓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HEAD’라는 상품은 있었으나 전부 made in Taiwan 아니면 China였다. Big 5, 스포츠샬레등 유명운동구점을 하루종일 뒤졌으나 실패했다. Made in USA는 눈을 비비고 봐도 없었다. P씨는 서울친척이 "어려운 부탁인줄 알면서도 부탁한다"는 뜻을 그제서야 이해할 수가 있었다. 미국에서 미국제품을 살수가 없다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Made in USA"가 점점 없어져 가고 잇다. 미국인들이 미국제품을 사기 힘들어진 기현상이 현실화 되어 있다. 시스템이 바뀐 것이다. 브랜드 이름은 분명히 미제인데 제조된 곳은 중국이나 대만,홍콩,뱅글라데시다. 이런 제품들을 정말 미제라고 불러주어야 할지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이런일 때문에 ‘미제물건’이 요즘은 별로 인기가 없다. made in USA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독일제나 이탈리아제, 프랑스제가 인기있다. 오리지날이라는 것이다.

연말연시 백화점에서 쇼핑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폴로’ ‘칼빈클라인’ ‘아디다스’ ‘엘르’등 유명브랜드를 집어들면 거의 모두가 made in China다. 구두도 마찬가지다. 운동기구도 그렇다.


전자제품도 Made in USA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제 TV가 없어진지 오래고 카메라,캠코더,비디오등도 미국에서 만든 것이 드물다. 일본전자제품에도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전자제품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SONY도 made in Japan이 귀하다. 대부분이 말레이지어 아니면 태국,대만에서 만들어진다. 미국의 자동차도 엔진은 미쯔비시, 타이어는 멕시코제 등으로 되어있다. 대표적인 것이 밴트럭이다.

Made in USA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제조산업이 외국으로 빠져 나간다는 것을 말한다. 다시말해 인건비가 많이 드는 상품은 미국에서 만들어봤자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에 미국제품이 많다. 코리언들이 장악하고 있는 자바시장 제품은 made in USA다. 일류 브랜드에는 USA가 없고 2류,3류제품이 made in USA라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글로발시대에서 볼 수 있는 기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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