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를 매우 좋아하는 친구 C(그는 바그너광이다)가 지난해 연말을 함께 보내는 자리에서 내년 1월에 비엔나를 다녀오마고 미리 인사를 한다. 서양보다는 한국과 일본을 더 좋아해 두곳 산천을 섭렵하느라 유럽 한번 안 다녀온 친구여서 웬일인가 했더니 베르디의 오페라들을 보고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베르디사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비엔나국립오페라는 올상반기 6개월간을 베르디작품 공연으로 스케줄을 마련했다. 프로그램을 보면 베르디 중기작품으로 그의 이름과 동의어가 되다시피한 ‘리골레토’와 ‘일 트로바토레’및 ‘라 트라비아타’등과 같은 인기곡들과 함꼐 ‘스티펠리오’와 ‘예루살렘’및 ‘시실리의 저녁기도’등 자주 공연되지 않는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 비엔나국립오페라는 ‘오텔로’와 ‘아이다’등 베르디의 오페라 11곡을 반년내내 반복공연하면서 중간에 간간 도니제티등 다른 작곡가의 작품및 베르디의 또 다른 오페라 ‘맥베스’와 ‘나부코’ 그리고 ‘진혼곡’등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친구는 13일부터 한 열흘간 머물면서 베르디의 음악만 듣고 오겠다고 한다.
베르디사망 100주년 기념행사는 사실상 지난달 7일 사랑의 3각관계와 오인받은 신원 그리고 독약과 불타는 나뭇단등이 있는 정열적인 이야기 ‘일 트로바토레’(1853 - 이곡은 현재 메트 오페라도 공연중)가 세계 최고의 오페라좌인 라 스칼라의 무대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베르디가 공부하고 활동하고 또 사망한 밀라노의 라 스칼라는 이번 시즌을 대부분 베르디작품과 함께 이탈리아작곡가의 오페라로 채워 이 위대한 오페라작곡가의 업적을 기리기로 했다.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으로 얼마전 새 뉴욕필상임지휘자 자리를 거절한 리카르도 무티는 “우리는 단순히 베르디의 작품을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다시 생각하기 위해 이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라 스칼라무대는 베르디시즌 개막을 위해 지역 꽃가게에서 기부한 1만2천여송이의 적과 백과 분홍색의 장미로 장식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3막끝의 유명한 테너아리아 ‘저 타오르는 불길을 보라’가 끝났을 때 발코니의 한 관객이 야유의 소리를 질러대 객석에서 잠시 말다툼이 일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무티는 “베르디의 해를 서커스로 만들어 파괴하지 말자”고 관객들을 타일렀다고.
라 스칼라의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반응을 즉석에서 나타내기로 유명하다. 베르디는 1840년 자신의 두번째 오페라로 그의 마지막 작품인 ‘팔스타프’와 함께 단두편의 희극인 ‘오늘은 내가 왕’이 라 스칼라관객들에 의해 혹평을 받은 뒤 다시는 오페라작곡을 안하겠다고 결심했었을 정도다. 베르디는 그 후로 죽을때까지 라 스칼라와 이곳 관객을 증오했다고 한다.
‘오늘은 내가 왕’의 충격에서 벗어나 작곡한 ‘나부코’(1842)는 베르디의 최초의 빅히트작으로 그는 이곡의 성공으로 이탈리아에서의 명성을 확고히 다졌다. 특히 이 오페라의 유명한 합창으로 팝송이 되다시피한 ‘유대인 노예들의 합창’은 당시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이탈리아사람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크게 부추기면서 베르디는 이탈리아대중의 비공식적 계관음악인이 된다.
베르디는 매우 애국적인 사람으로 그의 이름도 1860년 이탈리아를 통일시킨 사르디니아의 왕 빅토르 에마누엘2세의 두문자(Vittorio Emmanuel Re D’Italia)를 딴 것이다. ‘나부코’와 함꼐 역시 그의 전기작품들로 십자군얘기인 ‘이 롬바르디’(1843) 빅토르 유고의 연극이 원전인 ‘에르나니’(1844) 및 ‘잔 다르크’(1845)등도 모두 자신의 애국적 심정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지금 생각하면 희한하기 짝이 없는 일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의 1853년 베니스에서의 첫공연이 대실패로 끝난 것. 지금은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곡이 참패한 까닭으로는 내용의 시대가 너무나 당시와 가깝고 또 아파 죽어가는 비올레타역을 신체 다부진 프리마 돈나가 맡았기때문이라는 것등이 거론된다. 이유야 어째든 베르디는 “그것이 내 잘못이냐 아니면 가수들의 잘못이냐는 시간이 가면 알게 될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주세페 베르디(1813·10·10 -1901·1·27)는 바그너와 함께 오페라를 진정한 악극으로 변형시킨 사람이자 또한 그것에 대중연예로서의 기본적 형태를 제공해준 작곡가로 그의 음악의 특징은 강렬한 개성을 지닌 인물과 정열 가득한 멜로디다. 친구의 비엔나여정을 축하하며 나는 집에서 베르디를 들으며 그여정을 함께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