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새해 결심

2001-01-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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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비나<하와이 문학동인회 회원>

얼마전 바쁘게 동분서주하며 푸드뱅크로 달려갔을 때의 일이다. 야채가 나왔기에 옆도 보지 못하고, 샤핑 카트에 야채를 담는데 어떤 남자의 소리가 났다. “너 그렇게 바쁘냐?”했다, 나는 “예, 바쁩니다” 누가 그러는지 뒤돌아보지도 않고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남자의 노한 반응이 왔다.

“여기는 미국이야, 너희 나라가 아니야, 왜 나누지 않고 혼자 가지고 가려 하느냐?”하였다.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서야 급하게 야채를 담던 손을 놓았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서는 못 꿰어맨다는 속담이 있다. 내가 스케줄이 꽉 짜여 있어서 허둥대다 보니 다른 사람을 돌아볼 사이가 없었다. 나는 얼른 그 남자를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머리를 숙여 말을 했다. 그 남자 뒤에 나이 많은 할머니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남자가 설명하기를 그 할머니가 가져가려고 만지는 야채들을 내가 가로채 담아서 할머니가 화가 났다는 것이었다.


푸드뱅크는 어려운 비영리 단체들을 돕는 기관이다. 주로 교회, 양로원, 복지 단체를 위해서 생필품을 도와주는 곳으로 물건을 싸게 구입하는 곳이다. 여기서는 양보하며, 물건을 나누어 사는 미풍이 있다.

그의 설명을 듣고나서 나는 나이 많은 할머니에게 가서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세요”했다. 그의 굳은 표정이 환하게 되더니, 멋적은 양 “괜찮다”고 하였다.

내 성격이 평소에는 급하지 않은데, 무엇을 한다고 결정하고 나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그냥 덤빈다. 그리하면 잘못된 결정이 드러나게 되고, 그걸 마무리하는데 시간이 배나 걸리고 바람직하지않게 마무리 짓는 일이 종종 있다. 급히 서둘러서 수치와 황당함을 겪은 경험이 다른 사람들도 많을 줄 안다.

바쁘다고 덤비고 설치지 말고 순서를 참고 기다리는 습관을 길러야 하겠다. 은행에서나 버스 타는 곳 기다란 대열 속에서 새치기하는 사람은 한인인 것을 볼 때가 있다. 미국 사람들이 긴 행렬 속에 말없이 기다리는 것을 우리도 배워야겠다.

또 다른 사람의 입장을 돌아보아야 하겠다. 음식점이나, 버스안에서 유난히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본다. 이것도 버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생각의 여유를 가지는 생활을 하고, 남의 자리에 서보며, 급히 서두르다 불행한 일을 당하지 말고 맑고 밝고 환한 모습으로 살아가자 다짐을 하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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