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을 보내면서 맞이하는 새해의 화두는 아무래도 경제문제인 것 같다. 지난 한해 동안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로 주가의 하락으로 증시가 황폐화 되다시피 침체되었기 때문이다. 증시의 침체는 경기침체로 이어지기 때문에 새해에 경기가 나빠질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얼마나 나빠지느냐에 대해서 그 누구도 정확히 예견할 수 없을 뿐이다.
12월26일로 마감된 한국증시의 2천년도 폐장지수는 연초에 비해 대폭락한 수치이다. 거래소 지수는 52%, 코스닥 지수는 80%가 각각 떨어졌다. 미국의 경우 연초대비로 볼 때 다우지수는 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0% 가량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 수치이며 상승률이 높았던 성장주들은 최고가에서 90% 이상 떨어진 것도 허다하다. 그리고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 주가는 아직도 바닥을 쳤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있다.
이와같은 증시 침체로 인한 경기의 후퇴현상은 이미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금년 3.4분기 국내총생산량의 성장률은 2.2%로 전분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4년만에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경제전문기관들은 내년도 미국경제의 성장률을 2.5% 정도로 보고 있는데 새해들어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될 경우 미국경제는 이른바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의 가능성이 높으며 심하면 추락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에는 앞으로 몇년간 미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심각한 불황에 빠질 수도 있는데 미국이 이 지경이 된다면 한국이나 그밖의 나라는 말할 나위가 없게 된다.
경기의 변화는 날씨나 계절의 변화에 견줄 수 있다. 날씨가 개였다가 흐렸다가 비가 쏟아지고 천둥번개를 치면서 요란하다가도 다시 개이고 하듯이, 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도 순환하듯이 경기도 호경기가 끝나면서 후퇴기로 접어들고 불황기를 겪은 후에는 회복기를 거쳐 다시 호황을 누리게 된다. 미국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10년간의 호황을 누린 후 이제 후퇴하고 있으니 불황이 닥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순서인 것 같다.
날씨로 말하자면 경제불황은 태풍이나 허리케인과 같다. 태풍은 7월과 8월에 오끼나와 해상에서 발생하여 북상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통과한다. 허리케인은 카리브해에서 발생하여 플로리다나 텍사스만으로 상륙하여 미 동북부로 빠져 나간다. 태풍과 허리케인은 다 같이 강풍과 폭우로 통과지역에 해일과 홍수피해를 낸다. 그 피해 규모는 바람의 진로와 강도에 따라 다르다. 바람이 내륙을 훑으면서 큰 피해를 줄 수도 있고 해상으로 빠져나가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진로를 따라가면서 바람의 기세가 꺾일 수도 있고 더 강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날씨와 계절이 나쁠 때도 있지만 그것은 곧 다시 좋아진다는 것이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궂은 날이 지나면 개인 날이 온다. 또 막대한 피해를 주는 태풍이나 허리케인도 시간이 지나면 물러가게 되어 있다. 경기도 날씨나 계절처럼 순환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불경기가 온다고 해도 다시 회복되는 날이 오게 된다.
새해의 경제에는 분명히 적신호가 나타나 있다. 그 적신호가 있는 이상 개인이나 기업이나 제동을 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적신호는 또 푸른 신호등으로 바뀌게 되므로 제동 이후에 다시 출발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2001년의 이 새해에는 미지의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는 단단한 각오와 함께 그 터널 끝을 바라보는 희망으로 맞이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