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찬호와 연봉중재

2000-12-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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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의 연봉조정 절차(Arbitarion·중재)를 밟게 된다면 이는 구단과의 ‘정떼기’나 마찬가지다. 박찬호와 같이 성격이 예민한 선수가 선수를 갈기갈기 찢어 놓기로 유명한 이 절차를 끝까지 경험한다면 하루빨리 다저스의 유니폼을 벗고 싶은 마음만 가득할 것 같다.
메이저리그 연봉조정 절차란 구단측에서 제시한 금액과 선수가 주장하는 금액을 놓고 중재인이 둘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중재인이 중간의 적절한 연봉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선수는 자신이 주장하는 연봉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설득시켜야 하는 것이며 구단측에서는 그만한 값어치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선수의 온갖 약점을 다 들쳐낸다.

예를 들어 박찬호측에서는 최근 1억2,000만달러를 받고 콜로라도 로키스에 입단한 마이크 햄튼보다 박찬호의 성적이 올해 우수했다는 점을 내세울 것이다. 구단측에서는 박찬호가 20승을 올리거나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끈적이 있냐고 곧 받아칠 것이며 팀 성적이 정비례하지 않는 개인성적은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는 "항상 플레이오프 레이스가 다 끝난후에야 불이 붙어 개인기록만 불려 놓는데…"라는 식의 다저스 변호인의 따가운 한마디가 떨어지면 박찬호는 입이 떡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또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지난 3∼4년간 기록을 들치며 최근 뉴욕 양키스와 9,000만달러 계약을 맺은 마이크 뮤시나와 동급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면 다저스는 "완봉 9승을 포함, 45차례 경기를 혼자 끝낸 명실상부한 에이스와의 비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반박할 수 있다.
그밖에 박찬호는 손가락에 물집이 잘 잡히고 자주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항상 투구수가 많은 고질병이 있어 고장날 가능성이 높다는 등 온갖 인신공격이 쏟아질 것은 기본에 불과하다.

구단주들이 만들어낸 이 연봉조정 절차에서는 선수들의 승률이 높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자신을 깎아내리는 소리를 듣다 못해 이를 갈며 계약이 만기 되는대로 팀을 떠나겠다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고 비즈니스의 일부니까 서로 이해하고, 다 잊고 잘 지내봅시다"하며 악수를 나누고 툭툭 털어버리는 케이스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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