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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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새벽길 조심하라

2000-12-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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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조, LA 카운티 범죄피해 보조 프로그램 담당)

즐거운 연말 연시가 다가왔지만 이와 함께 살인 강도 사기등 중범죄자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미국 물정에 어두운 한인등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해마다 이맘 때 절정을 이루고 있다. 최근 LA 한인사회에서 노인 범죄피해 신고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노인범죄 퇴치 위원회가 발족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범죄에 대해서는 누구나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노인들은 신체적 정신적 여건으로 인해 표적이 되기 쉽고 자칫 하면 그로 인해 여생을 망칠수도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다른 범죄와 달리 새벽에 많이 일어나는 것이 노인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 특징의 하나다. 잠이 없는 노인들은 새벽에 혼자 집을 나와 산책하는 경향이 있는데 범인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산책로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금품을 탈취해 달아난다.

연말연시에는 금품이나 선물등을 집에 쌓아두고 노인 혼자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전문으로 노리는 빈집 털이 절도단도 있다. 노인들 가운데는 물건을 뺏기지 않으려고 범인들과 몸싸움을 하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노년기에 넘어지거나 해 뼈가 부러지면 젊었을 때와는 달리 쉽게 낫지 않는데다 평생 불구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런 무모한 일은 삼갈 것을 권하고 싶다.


한인 노인들이 강 절도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한인업주가 잘 털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한인들의 현금보유율이 타민족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이 범죄자들 사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범죄자들은 ▲ 대문이 열려있는 집 ▲자물쇠가 밖으로 채워져 있는 집▲ 초인종을 눌러 대답이 없거나,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집 ▲ 장기간 불이 꺼져있는 집 ▲ 대문에 정기 배달 물이 쌓여 있는 집등을 우선 찾는다.

집 지키는 노인들이 주의할 사항으로는 첫째, 강도는 흉기를 소지하고 침입하기도 하지만 도둑은 주로 침입한 주택의 부엌칼 등을 이용하므로 흉기가 될만한 과도 등은 깊숙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둘째, 강도가 들었을 때에는 그들의 요구대로 따르되 자극적인 말은 삼가고 인상 착의를 자세하게 기억해야 한다. 셋째, 범죄를 당했을 경우에는 범죄현장을 절대 손대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고 신속히 911 전화 신고를 해야 한다. 넷째, 부득이한 사정으로 장기간 집을 비울 때에는 밤에는 불이나 라디오를 켜 놓는 것이 안전하다. 또 배달을 임시 중지하도록 우체국에 요청하여 빈집임을 모르게 해야한다. 다섯째, 기관원을 사칭한 사람이 침입하는 경우도 많으니, 낯선 사람을 함부로 집에 들이지 말아야 한다.

또 밖에 외출할 때는 ▲가급적 혼자 보다 둘 이상이 다니는 것이 좋고 ▲신분증과 현금은 따로 갖고 다니며 ▲눈에 띄는 귀중품이나 보석들은 되도록 집에 보관하고 옷차림도 검소하게 하며 ▲항상 똑같은 곳을 정기적으로 다니는 것보다 가끔 다른 길로 걷거나 운전하는 것이 좋다.

강절도 이외에 이맘때 활개치는 범죄 유형중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경찰을 사칭해 도네이션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인 노인들은 한국에 있을 때 너무 공무원들에게 시달린 탓인지 ‘정부’자만 붙은 명함을 들고 요구하면 아뭇 소리 없이 돈을 내주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에서는 사법 기관이나 정부 공무원이 시민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은 일체 불법으로 돼 있다.

일단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는 경찰에게 한국말 통역을 요구하고 신체 상해나 금전적 피해를 자세히 알려야 한다. 개인적으로 8,000여명에 달하는 한인들이 범죄 피해 보상을 받는 것을 도왔다. 법이 보장한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스몰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연말 대목에 벌어 1년 먹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범죄자들로 연말이 대목이다. 이럴 때일수록 집안에 있을 때나 집밖에 있을 때 매사에 조심하는 것이 즐거운 연말을 보낼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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