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력 사건 해결 위해 커뮤니티 힘 모아야

2000-12-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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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연말인데 들리느니 으스스한 소식뿐이다. LA 다운타운과 한인타운의 연말 체감경기도 예전 같지 않고 한국도 경제가 IMF 때보다 더 나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다. 게다가 한인타운에는 강도단이 설쳐 대는가 하면 한인을 살해한 후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태워 산속에 버리는 끔찍한 사건까지 일어나고 있다.

경찰은 변사자의 신원이 이태홍씨로 확인됨에 따라 강도 살인과 원한에 의한 살인등 여러 각도에서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한다. 지난 수년간 한인 사회에서 일어난 살인 강도 사건을 돌아 보면 사건 발생 당시에는 마구 떠들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세간의 기억에서 잊혀진 채 미제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멀리는 유희완씨 일가족 살해사건에서 가깝게는 작년 3월 발생한 이은승씨 강도 피살사건에 이르기까지 시원히 해결된 게 별로 없다. 특히 이은승씨 사건은 자택에서 590만달러 현찰까지 압수, 더욱 주목을 받았던 사건임에도 2년이 다 되가는 지금까지 범인체포는 물론 현찰의 출처에 관해서도 일체 경찰의 언급이 없는 상태다.

한인사회에서는 그동안 경찰 후원회등 단체를 만들어 지역 경찰과의 유대강화를 위해 힘써 왔다. 각종 여성단체에서도 명절이면 경찰을 불러 음식을 대접하는등 성의를 보이려 애썼다. 이같은 노력은 물론 바람직하지만 지금까지는 커뮤니티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회원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위하는 측면이 많았다. 경찰 후원회에 돈을 낸 사람중 상당수가 술집이나 식당 주인들이다.


이상적인 사회에서는 피해자가 누구건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던 경찰은 공정한 수사를 해 범인을 색출해 낼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이상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 사우스 센트럴에서 일어나는 총격 사건과 웨스트웃에서 일어나는 총격 사건에 대처하는 경찰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경찰을 살해한 범인을 잡는데는 모든 경찰이 똘똘 뭉쳐 총력을 기울이지만 이름 없는 멕시코 불법체류자가 죽은 경우는 서류 더미에 묻혀 잊혀지기 일쑤다.

커뮤니티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무심한 경우와 관심을 갖고 사법당국을 독려하는 경우와는 사건을 다루는 경찰의 자세부터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한인회를 비롯한 한인사회 주요 단체들은 앞으로 한인사회에서 강력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좀 더 경찰의 신속하고 성의있는 수사를 촉구하는데 앞장 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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