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번 ‘보물선’은 진짜인가

2000-12-08 (금)
크게 작게

▶ 박종식<예비역 육군소장>

한국에서는 3공 때부터“석유가 난다”“개스가 나왔다”“침몰된 보물선을 발견했다” 등을 동해와 서해를 번갈아 가면서 정부가 직간접으로 공표한 바 있지만 모두가 용두사미 격으로 뚜렷한 결과 없이 살그머니 사라지곤 했다.

이번에 또 동해의 울릉도 근해에서 50조 내지 150조원 상당의 금괴를 실은 침몰된 러시아 군함을 발견했다고 한다. 노일전쟁 때, 싸워야 하는 전투함이 기동이 불편할 정도의 엄청난 무게의 금괴를 싣고 동해를 지나가다가 일본 함대에 의해서 격침되었다고 하니 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러시아는 대륙 국가이므로 아메리카 대륙과 호주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육로로 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멀리 돌아가는 해로보다 훨씬 안전하고 가까운 육로 수송이 가능한데 말이다.


혹시 이번 보물선 발표가 현 시국의 어려움 때문에 국민의 여론을 딴 곳으로 돌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 또는 국민의 갈등, 불평, 불만, 상처를 보다 큰 자극을 가해서 마비 혹은 소멸시켜 보려는 것은 아닌지.

심리전에서는 이전법(移傳法), 여론과 선전이라는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전법은 국민에게 보다 긴박한 사태를 제시한다거나 현실적으로 보다 관심을 끌 수 있는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론의 방향을 돌리며 현재 진행중인 군중행위의 힘을 약화, 마비, 소멸시키려는 것이다.

그리고 여론과 선전에 대해서 두브(L.W. Doob)라는 학자는 고대인은 본능과 습관에 의해 살았고 근대인은 이성에 의해 살았으며 현대인 여론에 의해 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대정치는 여론정치이며 현대국가 지도자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사회여론에 편승하기도 하고 PR 활동으로 여론을 환기시키기도 하고 선전의 힘으로 여론을 자기 쪽에 유리하도록 변경 또는 지배하려고도 한다. 또한 선전에서는 주체측이 의도하는 바대로 여론을 변경시켜 자기편에 유리하도록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여론과 선전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한다.

오늘날 국민들은 하도 많이 이런 것들을 겪어서 자극과 선전에 실망하여 이제는 마비된 상태에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없는 일을 있는 듯이 꾸며내는 한자로 지을 조(造)를 붙인 조작(fabrication)은 그만하고, 지조 조(操)를 붙인 조작(operation)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될 것이다.

동해의 평균 수심이 2,000m라고 들었는데 진짜라고 해도 금괴를 건져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한국 경제가 어려운데 구조조정에 필요한 공적자금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