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심 없는 손님들
2000-12-07 (목)
며칠 전에 한국일보 오피니언란에서 타운 모 마켓의 캐시어 해프닝을 적은 독자의 글을 읽고 나도 다른 한인마켓에서 같은 일을 보면서 씁쓸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번엔 좀 상반되는 입장에서 일어난 단면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어제도 여느 날처럼 오후 시간대라 장내가 많은 손님들로 붐비고 계산대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많이 바빴다. 이 일을 시작한 지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이젠 일이 손에 좀 익고 나름대로 보람을 가지고 손님들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각오로 열심히 일해 오던 터였다. 마침 한 손님에게 건넨 거스름돈 지폐중 하나의 귀퉁이가 약간 떨어져 나가있어 순간 새 돈으로 바꿔 드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사무실까지 가면 시간이 지체되고 또 못 쓸 정도는 아니어서 손님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영수증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뒤쪽에 서 있던 중년의 남자 한 분이 언성을 높이면서 “왜 새 돈으로 바꿔주지 않느냐” “종업원이 뭐 하는 게 종업원이냐” 기회다 싶었는지 연신 불만을 늘어놓았다. “왜 줄이 빨리 줄지 않느냐” 심지어는 “왜 당신 같이 나이 든 40대 아주머니를 회사에서 고용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등 참으로 듣기가 거북한 내용들이었다.
얼마 전 남편이 미국 대통령선거 투표일에 통역요원으로 참여했던 경험담이 기억에 새롭다.
한 여자 투표 책임관이 나이가 들어 허리까지 구부러지고 동작이 매우 느려 일을 처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도로 바깥까지 늘어선 긴 행렬의 투표자들은 묵묵히 자기 차례를 기다려 투표를 마치고 돌아가는 모습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고국을 떠나 미국 땅에서 새로운 삶과 자기 개발을 위해 힘이 드나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같은 동포를 마음껏 접할 수 있는 LA에 살고 있다는 자체가 우리들에겐 축복이 아닌가. 우리끼리 서로 격려하고 돕고 살아도 시간은 너무나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