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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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코리안’은 이제 그만

2000-12-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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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남제<레이크우드>

미국으로의 이민역사가 한 세기를 넘는 한인들은 이민사회에서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통하여 기반을 다져왔고 어엿한 대표적 소수계 지역사회의 하나로 우뚝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같은 한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다.
이민온 지 얼마되지 않은 나는 얼마 전부터 친지의 사업을 도울 양으로 새벽장을 대신 보게 되었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상쾌한 기분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피곤은 할지언정 새벽 도매시장에서 느끼는 사람 사는 냄새와 함께 의욕과 희망을 갖게 한다.

이곳저곳 들러보며 좋은 물건 고르고 가격을 흥정하고 있노라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우리 말이 있다. 역시 부지런한 한인 상인들의 발걸음들이 새벽시장을 누비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새벽 도매시장의 세일즈맨들은 대부분이 히스패닉 계통의 사람들이다. 그 가운데 많은 수가 약간의 우리 말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한인 구매자들과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깜짝 놀랄 말들이 거침없이 오가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하도 심한 말(욕설)로 우리 말을 주고받기에 그 히스패닉 상인에게 그 말뜻이 무엇인지 알고 쓰느냐고 영어로 물었더니 아침마다 만나는데 주고받는 일상적 인사말이고 그 한인이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할말을 잊었다. 우리끼리도 쓰기에 민망할 말을 그렇게 일상적 인사로 그것도 아주 또렷한 우리말 발음으로 거침없이 해대는 그들 앞에서 나는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장을 보는 한인 상인들을 통해 한인들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이면에는 좋지 않은 이미지 또한 적지 않게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욕 잘하는 한인, 자기네들보다 좀 못하다 싶으면 아무렇게나 지껄여대는 한인, 돈 좀 있다고 거만 떠는 한인 등등 이런 것이 히스패닉 계통 사람들이 느끼는 우리에 대한 나쁜 감정이 아닐까. 아니면 이런 것이 한국문화의 일부라고 비아냥거리며 인식해 버리는 건 아닐까. 한인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많은 히스패닉 계통 사람들이 배우는 한국말 중에서 욕과 반말이 먼저라고 하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은 그들에 대한 우리의 행태를 조금만 되짚어 보면 금방 알 수가 있다. 매일매일 우리의 추한 모습을 한국적 문화인양 저들에게 가르치는 것에 우리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고 습관화된 것임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저들이 먹고살기 위해 우릴 대할지언정 속으로는 피차 다를 게 있겠느냐는 생각을 분명 가지리라.

짧은 기간동안 보아온 시장 속 한인들의 모습에서 나는 이러한 것들을 거울삼아 나만이라도 그러지 말아야지, 저들에게 본은 되지 못할망정 민족과 나라를 욕 먹이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되지만 몇몇 추한 한국인들로 인한 일그러진 인상은 못내 떨쳐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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