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간 없는 사람들의 연말 인사법

2000-12-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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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혁<세이크릿 하트 대학교수>

새 천년을 맞이하는 설레임과 Y2K 문제로 인한 컴퓨터들의 오작동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난 연말을 맞았는데 벌써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12월이 되자마자 상가에서 연속적으로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캐롤은 그렇지 않아도 바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재촉하는 듯 하다. 연말을 맞아 해야 할 일 중 큰일 하나가 집안 친지들, 소식이 뜸했던 친구들과 선후배들, 한 해 동안 도움을 받았던 분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것이다. 엄선하여 보내는 데도 매년 100여장의 카드를 미국내와 한국으로 보내게 된다. 우표값도 꽤 들지만 카드 고르기, 인사말 쓰기, 주소 쓰기, 우체국에 가서 발송하기 등의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발송 마감날을 넘기곤 한다. 요 근래에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 카드를 보내는 비율을 점차 높여서 지난해는 50대 50 정도였다. 금년에도 벌써 한국으로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 발송 마감날이 바짝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달라서 예년에 비해 마음이 좀 느긋하다. 왜냐하면 기존의 종이카드를 대신하여 보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이 인터넷상에 여럿 있기 때문이다.

종이카드시장의 최대업체인 홀마크사의 홈페이지 (www.hallmark.com)에 가면 무료 전자카드를 골라서 원하는 사람에게 전자메일을 통해 보낼 수 있다. 이런 전자카드의 장점은 첫째 무료이고, 둘째 발송 및 배달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며, 셋째 오디오를 동반한 다양한 에니메이션 등으로 종이카드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멀티미디어카드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으로는 첫째 전자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보낼 수 없다는 것과 둘째 종이카드에 비해 개인적 친밀감이 떨어진다. 홀마크사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홀마크상점에서처럼 사용자가 다양한 카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본인에게로 보내 주는데 2달러25센트, 개인적 메시지를 인쇄하여 우편으로 지정한 상대방에게 보내 주는데는 2달러75센트를 부과한다. 아메리칸 그리팅스사의 홈페이지 (www.americangreetings.com)도 무료전자카드서비스와 본인이 사용할 종이카드의 구매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우편배달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종이카드시장에서는 중소업체에 불과하지만 일찍부터 전자카드사업에 뛰어든 블루마운튼 (www.bluemountain.com)사는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카드의 종류가 많으며 각국언어별 특히 한국어로 된 카드들도 있다.

물론 한국에서 개발된 전자카드 사이트들로 많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어 검색엔진인 엠파스 (www.empas.co.kr)에 가서 ‘카드’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488개의 사이트가 있다고 한다. Send2U (www.send2u.com)는 다양한 무료 전자카드들을 구비하고 있다. PrintShop등과 같은 카드제작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카드를 만들어서 칼라 프린트로 인쇄하여 우편으로 발송하거나 전자메일을 통해 보낼 수도 있다. 한국의 다움 (www.daum.net)사가 운영하는 다움우체국 (post.daum.net)에서는 사용자가 웹에서 작성한 편지, 카드, 엽서를 일반우편, 빠른우편, 등기우편, 빠른등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낼 수 있게 해 준다. 카드 등과 함께 꽃배달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난 여름에 한국에 있는 한 친구의 생일이 며칠 후로 다가 온 것을 늦게 서야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생일카드를 발송하면 원님행차 후 나팔이 될 터이고 전자카드가 빠르긴 하지만 그 친구가 전자메일과는 거리가 먼지라 낭패였다. 그런데 우연히 다움우체국 사이트를 발견하여 긴급히 생일카드를 작성하여 발송하였다. 나중에 전화로 연락해 보니 그 친구는 내가 분명히 미국에 있는데 한국의 우표가 붙은 생일카드가 내 이름으로 날라 와서 너무 의외였다며 놀라워했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카드가 비용과 발송 및 배달시간 면에서 종이카드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점이 있다. 또한 생일, 승진 등과 같이 축하해 줄 경사에는 재미나게 만든 전자카드가 더 잘 어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정중히 인사를 해야 할 윗분들에게 종이카드 대신에 전자카드를 보내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 특히 문상이나 병문안 등에는 정성껏 작성한 종이카드가 제격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아직도 이른다는 격언을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크리스마스 카드를 종이카드든 전자카드든 정성을 다해 보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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