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어의 완전한 패배

2000-12-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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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월 스트릿 저널 사설)

플로리다 주 고등법원에서 처럼 고어가 철저히 지기도 힘들 것이다. 솔스 판사는 고어가 선거에서 이겼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으며 선거과정에서 불법이나 부정, 과실과 사기등도 찾아 볼수 없었다며 고어측의 수검표 요청을 기각했다. 솔스판사는 고어의 요청대로 수검표를 하기 위해서는 고어표가 더 많았다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음에도 고어팀은 즉각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유일한 승리를 안겨준 플로리다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나 고어팀은 연방대법원에서의 패배라는 또 하나의 짐을 지고 있다. 윌리엄 렌퀴스트 연방대법원장은 동료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플로리다 주 대법원을 부드럽게, 그러나 확고히 꾸짖었다. 판사들의 서명이 들어 있지 않은 이번 결정은 판사들간에 대타협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대법원은 플로리다 주 대법원의 결정을 뒤집을수 있는 표가 있었음에도 대법원의 의견통일을 과시하기 위해 리버럴 성향의 판사들에게 상당한 양보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은 중심 인물은 렌퀴스트 대법원장과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다. 이들은 플로리다 주 대법원이 결정을 내릴 때 연방 헌법과 연방법에 의거해야 하며 판사들의 정치적 소신이나 플로리다 주 헌법에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부시측 주장을 받아 들였다.


다시 말해 플로리다 주 대법원이 다시 판결을 내릴 때는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궁극적 권한은 각주의 의회에게 있음을 명시한 연방헌법을 위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연방 대법원은 이같은 주의회의 권한이 주민들에게서 위임된 것일 뿐만 아니라 연방헌법의 규정에 근거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고어측은 이번 대법원 결정이 중립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선거인 선출권한이 궁극적으로 어디 있느냐를 밝혔다는 점에서 이는 고어측의 패배이다. 쉽게 얘기해서 주 대법원이 선거 후 법을 만들어 선거결과를 뒤집으려 할 때 주 의회는 이를 거부할 권한이 있다는 것을 대법원은 명시했다. 선거 결과에 의회가 개입하는 것을 망설이는 주 상원의원들은 이번 대법의 결정으로부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법과 주 고등법원의 결정은 미 사법부를 위해 좋은 일이다. 적어도 일부 법원은 사법부의 권한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고 일부 판사는 선거 문제는 판사가 아니라 선거로 뽑힌 대표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고어는 지금까지 결과를 숙고해 패배를 시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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