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라리 명예로운 패배를 선택해야

2000-12-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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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A투데이지 사설)

연방대법원과 N. 샌더스 솔스 판사로부터 원-투 스트레이트 펀치를 맞음으로써 이제 앨 고어에게 남은 법적 선택의 여지는 별반 없어 보인다.

플로리다주 리온 카운티 순회법원 판사는 고어팀의 논점을 모두 반박했다. 솔스 판사는 선거결과에서 아무런 부정이나 사기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어팀이 재개표를 함으로써 선거결과가 달라질 합리적 개연성을 증명하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도 고어팀의 주장에 결코 동조하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은 최종 개표 마감시한을 연장함으로써 수개표를 허용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결정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그 결과 고어는 극복이 거의 불가능한 어려운 커다란 장애에 직면해 있다. 그 첫 번째 장애는 플로리다주 법이다. 플로리다주 법은 딤플표에 대한 판단은 각 카운티 선관위의 재량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솔스 판사의 판결은 이같은 주법에 부분적으로 의거한 잇단 재개표 거부 판결의 하나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이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와 팜비치 카운티에서 재개표를 요구하는 고어측의 요청을 기각시켰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고어에게 큰 장애다. 고어가 재개표 논쟁에서 승리해도 시간이 없다. 주 선거인단 확정 마감시한인 오는 12일까지 수개표를 도저히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각 주 선거인단이 모이는 18일까지도 불가능하다. 또 이 장애를 극복했다고 쳐도 그 다음에는 플로리다주 의회가 기다리고 있다. 공화당 다수의 플로리다주 의회가 고어를 위해 선거인단을 선출할 리는 만무다.

이제 와서 고어가 기대를 할 수 있는 것은 공화당 우세지역인 세미놀 카운티의 1만5,000여 부재자표 개표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관련해 이 표를 무효로 하는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다. 민주당 일부에서 제기된 이 소송은 ‘국민의 의사’를 강조, 딤플표까지 모두 개표되어야 한다는 그동안 고어측 주장의 논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고어가 뒤늦게 이 소송에 기대를 건다면 이는 자가당착의 모순에 빠지는 셈이다. 차라리 영향력을 발휘해 이같은 소송을 중지시키는 게 신뢰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당하게 행사된 모든 표는 모두 개표되어야 한다’-고어가 주장해 온 원칙이다. 이 원칙에 의한 승리가 불가능하다면 그 원칙에 충실한 패배가 오히려 명예스럽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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