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우리의 부모들
2000-12-05 (화)
“다음 주는 감사절이니까 가족들하고 함께 지내시고 그 다음 주에 다시 뵙겠어요”라고 인사를 드린후 나오려고 하니까 “목사님 아녜요. 다음 주에도 오셔야 해요. 자식들도 이젠 안 와요” 그 순간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대부분 이런 명절날이면 자녀들이 찾아 뵙거나 집으로 모셔 가겠지만 자녀들이 먼 곳에 있는 분들도 있을 테고, 오래 이곳에 있다 보면 이제는 지쳐서 찾아 뵙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 명절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분들은 얼마나 쓸쓸하실까. 몇분 되지 않을테지만 그래도 그 분들을 위해서 추수감사절의 연휴를 반납하자 하고 간단히 1박2일 코스로 기차 여행이나 다녀오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추수감사절이지만 예정대로 예배를 드리기로 약속하였다.
그래서 교회에서 가져온 추수감사 주일 과일 바구니, 친구가 기부한 터키를 요리하여 아내와 함께 양로원을 찾았다. 전직원이 근무를 안하고 당번 몇 사람만 근무하는 연휴이고 보니 차라고는 몇대 밖에 없어 주차장에서부터 적막감이 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더욱 써늘함이 느껴진다.
각 방마다 방문하여 예배에 참석치 못하실 분들은 기도를 해 드리고 예배에 참석하실 수 있는 분을 예배실로 모셔 드린 후 간단히 예배를 마쳤다. 그리고는 준비해 간 음식을 천천히 나누며 대화를 나눴다.
이곳에는 한인노인들이 25분 정도 계시는데 자녀들이 모시고 나간 분이 3분 계셨고 자녀가 다녀간 노인이 2분, 그때 자녀가 와있는 분이 한분 이니까 19명 정도가 명절에도 자녀들을 보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나는 “항상 자식은 키울때까지가 내 자식이지 다 키워 놓은 후엔 내 자식이 아닙니다. 내 자식 내 것이라고 내가 소유하려고 하면 마음에 서운한 생각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제는 제 마음대로 날개 펴고 날아갈 수 있도록 자녀들을 풀어 주셔야 해요. 모든 것이 낯설기만한 외국땅에 와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어요? 해 뜨면서 해 질때 까지 부부가 같이 일해야 먹고사는 곳 아닙니까? 언제 여행 한번이나 할 수 있겠어요? 이런 연휴 때밖에 언제 시간이 있겠어요? 모처럼 맞는 연휴 그들도 그들의 시간을 가져야 되지 않겠어요?”하고 얼어붙은 노인들의 마음을 달래 보려 노력했지만 꽁꽁 얼어붙은 그 마음들이 얼마나 녹아 졌을까? 내 살중의 살, 내 피 중의 피가 섞인 그 자식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 자식들 외에 누가 그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달랠수 있을까. 양로원의 문을 나설 때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은 아내도 마찬가지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