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말 한글학교가 발전하려면

2000-12-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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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진

65만 동포들이 살고 있는 남가주에는 200개가 넘는 주말 한글학교가 있어 2만여 명의 우리 2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 동안 주말 한글학교 학생 분포는 피라미드형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는 저학년 등록 학생수가 고학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관계자들은 이민 1.5세, 들이 학부모 세대가 되면서 자녀들을 한글학교에 보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과연 우리들의 2세들에게 우리말과 글은 불필요한 것인가? 학부모가 영어로 자녀와 대화가 충분하므로 영어가 서툴렀던 이민 1세대와는 상황이 달라졌음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모국어를 배우는 것이 가족간의 의사소통이나 SAT II 한국어에서의 고득점 획득 등 지극히 단순한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2세들은 오늘날과는 또 다른 21세기를 살아가야 하는 세대들이다. 지식정보화사회로 정의되고 있는 다음 세기를 우리 기성세대들이 살아왔던 방식과 논리로 적응할 수 없음은 이미 예상되고 있는 일이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위하여 일하던 우리, 스포츠 등 물질적 풍요가 가져다 준 오락을 벗삼아 살아 온 우리와는 달리 신 세대들에게 있어 삶의 의미는 또 다른 국면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먹기 위해, 입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주어진 삶을 과감하게 바치려 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상식과 통념은 파괴되고 개성과 창조성이 존중될 것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많은 사람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모국어를 익혀 자신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조국-미국을 사랑함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조상들이 이어준 전통과 한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키우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주말 한글학교의 현실과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열악한 재정 형편은 그렇다 하더라도 학부모와 동포 사회의 몰이해는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 한국어 교육의 진흥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동포 언론에 제안하고자 한다. 동포 언론은 주말 한글학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면 한다. 주말 한글학교야 말로 장차 동포 언론의 고객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 지면을 할애, 주말 한글학교들을 소개하고 학생들의 작품을 실어 한국어 공부를 고무하고 한글학교연합회 각종 행사를 소개해 활성화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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