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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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미국 경찰

2000-12-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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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한진희)

얼마전 힛 앤 런(hit and run) 사고를 당했다. 아이를 데리고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는데 뒤에서 온 차가 범퍼를 들이 받고 뺑소니를 친 것이었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사고를 낸후 주택가에서 신호등을 무시하며 시속 60마일로 부랴부랴 도망친 것을 보면 보험이 없거나 마약을 했거나 전과자임이 분명한 듯 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위 사람들도 ‘저런 뺑소니 운전자를 가만 놔둬서는 큰 일 난다’며 빨리 경찰에 신고할 것을 권했다.

사고가 난 지점은 두 도시 경계선이어서 어느 경찰에게 신고를 해야 하는지 애매했다. 한쪽에 전화를 하니까 ‘왜 현장에서 이탈했느냐’며 바로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금을 물릴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는 자기네 관할 구역이 아니니까 딴 데 가서 알아 보라고 나왔다.

옆 동네 경찰서에 가니까 ‘뭐 이런 정도 사고로 경찰에 왔느냐’며 귀찮아 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바쁘니까 나중에 오라며 돌려 보내는 것이었다. 한바탕 따지려다 몇시간 후에 갔더니 역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신고를 받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더 이상 실랑이 하기도 싫어 그냥 오고 말았다.

물론 사고로 차가 크게 부서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사고를 내고 도망친 범죄자를 경찰이 수수방관한다면 그보다 큰 사고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살인 강도를 저지른 중범죄자들을 우연히 교통위반으로 수사를 하다 잡은 뉴스도 여러번 봤다. 뺑소니 범이 중범죄를 저지른 수배범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자기 관할 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로 떠넘기고 어떻게 해서든 수사를 하지 않으려는 미국 경찰의 태도는 하루 빨리 시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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