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텔의 주차 전쟁

2000-12-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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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김정섭 (특집부 차장)

얼마전 한 호텔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갔을때의 일이다. 사람들이 밀려 주차장에 차를 세울곳이 없었다. 입구를 막아선 경비원에게 어디에 주차해야 하느냐고 묻자 주변 길거리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이곳에서 열린 저녁 행사에 갔다가 주차를 못해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호텔 주변은 아파트 단지라서 길거리에 차를 세우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안전하지도 못한 곳이다. 후미진 곳에 세우고 걸어오다가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경비원은 "그것은 각자의 책임"이라며 "주차장이 가득차면 더 이상 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호텔측의 방침"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기쁜 마음에 축하해주겠다며 왔다가 차 세울곳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한인도 있었다.

조금 큰 모임이 열리면 호텔 투숙객을 제외하고는 행사 참석자나 식당 이용자들은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우기가 어렵다. 어떤때는 투숙객조차 자리를 잡지 못해 호텔 주변을 수차례 돌다가 경비원이 마련해준 더블파킹 자리를 겨우 얻어 차를 세우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발레 파킹이나 인근 파킹랏을 이용토록 하는 호텔측의 배려는 없다. 행사만 유치하고 주차는 고객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요즘은 타운내 작은 식당 조차도 발레파킹 서비스로 고객들의 주차편의를 도모해주는 곳들이 많아졌다. 하물며 호텔에서 주차에 대한 대책하나 마련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수용능력 이상의 많은 손님들이 예상된다면 이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12월은 각종 연말모임이 쏟아지는 달이다. 호텔이나 식당마다 대목 경기에 바쁜 달이기도 하다. 각종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로 주차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것이다. 동창이나 주변사람들을 만난다는 기대에 찬 마음이 주차등의 사소한 문제로 망가지지 않도록 고객 서비스 차원의 각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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