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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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도망가야 소용없다

2000-1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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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피 중범자 강제소환

▶ (켄트 김, 베일본드 회사 대표)

2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한국으로 도주한 한인이 붙잡혔다. 이번 사건은 보석금 액수도 LA 한인사회에서 보기 드문 거액일뿐 아니라 한국으로 도주한 한인이 붙잡혀 다시 미국 법정에 서게 됐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특이하다.

도피범은 보석금 전액을 현찰로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도피한지 6개월이 지난 후 잡혔기 때문에 전액을 몰수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 6개월 안, 혹은 판사의 허락을 얻어 9개월 안에 잡혔을 때는 체포 비용만 제하고 보석금을 돌려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좀처럼 판사가 연장을 해주지 않는다. 보석금이 시나 카운티 정부의 주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당국 입장에서는 천천히 잡으면 보석금을 돌려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히려 도피범 검거에 느긋한 입장을 보이는 경향마저 있다.

이번 경우처럼 도주의 우려가 상당히 있음에도 거액의 보석금을 책정하고 풀어 주는 것은 도망가더라도 나중에 다시 잡으면 되고 못잡더라도 국외로 달아난 경우 미국민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없으니까 별로 걱정할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책정된 보석금의 10%만 내면 다 해결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한인도 있는 이는 사실과 다르다. 10%는 보석금회사가 갖는 수수료고 보석금 전액을 물어내기 위해 보석금 책정액의 200%에 달하는 담보를 잡혀야 한다. 10%만 내고 도망간 경우 이 담보를 경매에 부쳐 보석금 전액을 환수해 간다. 이때도 10%는 돌려 받지 못한다. 보통 부동산을 담보로 잡는데 갑자기 물건을 팔아 제값 받기가 어렵고 경매비용도 들기 때문에 이처럼 높은 액수를 요구한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도주할 의도가 있을 때는 그나마 현찰로 내는 게 유리하다.

요즘 한인사회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감옥에 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보석금 회사도 나날이 늘고 있다. 한동안은 음주운전이나 가정폭력으로 철창 신세를 지는 한인이 많았는데 이제는 상당히 홍보가 돼 이쪽은 주는 추세고 마약사범과 보험사기가 오히려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나름대로 소스를 동원, 한인이 잡혀 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본인도 모르게 미리 보석금을 지불한 후 빼주기도 한다. 본인의 동의 없이 보석금을 지불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그 자체가 불법이다.

예전에는 보석금을 날릴 각오를 하고 한국으로 튀면 다시 미국으로 끌려올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작년 한미간 범인 인도협정이 발효하면서 양국 사법당국의 공조체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번 도피범 검거도 우연히 이뤄진 것이라기 보다는 인도협정의 위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미국 사법당국의 요청에 의해 수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이제 미국에서 죄짓고 한국으로 도망가는 것은 옛말이 돼 버렸다. 앞으로 도망가려면 멕시코나 남미등 미국과 범인 인도협정이 맺어지지 않은 나라를 골라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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