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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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와 가정주부 이미지

2000-1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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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이시 모란, USA투데이 기고>

힐러리 로댐 클린턴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것은 명석한 여성, 이기든 지든 정책 문제에 과감하게 끼어 드는 여성, 그리고 수모와 비판, 패배까지도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견뎌낼 수 있는 여성 같은 것이다.

그는 퍼스트 레이디의 전통적 역할에서 떨어져 나온 개척자이자 현대적 페미니스트이다. 힐러리의 입장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가 미래의 퍼스트 레이디들을 위해 새로운 영역을 일궈냈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해야 한다.

힐러리는 많은 이미지로 부각되지만 절대로 해당 안 되는 것은 행복한 가정주부이다. 뉴욕 상원의원 당선자가 꽃을 꽂고 접시를 고르며 요리하고 채소를 키우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그의 책 ‘백악관으로의 초대-역사가 있는 집’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그런 면뿐이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쏟아지는 비판을 피해 집에서 무얼 했는지, 의료보험 개혁의 실패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대통령이 성공하고 스캔들에 휘말리고 실패할 때 어떻게 대통령을 대했는지에 관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 책은 재클린 케네디가 백악관을 안내한 TV 프로그램을 상기시킨다. 우리 모두가 알 듯 힐러리 클린턴은 재클린 케네디가 아니다. 힐러리는 어떻게 보아도 전통적 퍼스트 레이디가 아니다. 남자의 뒤에 있는 여자이기보다는 남자를 끌고 다니는 여자, 아니면 최소한 항상 남자의 옆에 있는 여자로 있어 왔다. 힐러리가 전통적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에만 초점을 맞춰 책을 쓴 것은 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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