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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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속에 숨어있는 음모

2000-11-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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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맥스 페이지, LA타임스 기고)

플로리다주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수만명의 표를 헤아리지 않은 채 내버렸을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보다 훨씬 많은 표가 이처럼 버려졌는지 모른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가. 우리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나라는 오랜 세월동안 많은 유권자들의 표를 알게 모르게 버려왔다. 우리는 수많은 표를 버리면서 ‘적합하지 못한’표를 버려야만이 우리의 선거제도를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정당화시켜 왔다.

이는 20세기 초 선거제도를 개혁했을 때 시작됐다. 당시 선거를 둘러싼 사기행위가 만연함에 따라 부정선거를 근절할 투명한 선거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 결과 우리의 대표를 뽑는 방법에 변화가 왔다. 그 이전까지는 각 당에서 투표용지를 만들어 자기 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나누어주고 투표를 하게 했는데 유권자가 등록을 하고 법적으로 투표할 자격이 있는지 신원을 확인한 뒤에 투표를 허용하는 ‘비밀투표’ 제도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선거제도 개혁에는 부정선거 방지라는 목적 외에 또 다른 숨은 목적이 있었다. 바로 유럽에서부터 대거 몰려오는 이민자들과 노예에서 해방돼 자유인이 된 흑인들을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개혁을 주도한 상류층 백인들은 미정치를 교육수준이 높은 특권층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만들었다. 문맹 테스트와 투표세 부과 그리고 재산을 가진 사람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한 조항 등은 모두가 흑인과 백인 빈민들의 투표 참여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남부의 부호들은 흑인과 백인 빈민층이 손을 잡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우리가 항상 부끄러워하는 저조한 투표율의 이면에는 이같은 무서운 저의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 개혁주도 세력의 전통을 이어온 것이 바로 공화당이다. 그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흑인들과 팜비치 카운티의 유대인 노인층이 던진 소중한 표를 묵살하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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